[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이렇듯 강경파를 좋아할 줄 몰랐다는 우려가 울산시 안팎을 휘감고 있다.
지난 24일 치러진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 성향의 박유기 후보(금속연대)와 실리 성향의 홍성봉 후보(현장노동자회)가 결선에 올라 오는 27일 2차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를 확정할 예정이어서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이는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출신의 하부영 후보. 하 후보가 초반 돌풍의 여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근소한 차이로 탈락하자 노조 주변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돌았다. 지역 노동전문가는 강성 후보간 표 분산현상이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상대적 손해론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불거진 취업사기 연루설 등 도덕성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오히려 유력하다.
하 후보를 일찍이 떨어뜨린 중간집계 결과를 보면, 한국 노동계 대표격인 현대차지부장에 대해서도 고도의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과거 박 후보가 노조 집행부를 했던 당시 일어난 노조 선물비리 손해비용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 안 된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 입방아에 올리는 이들이 나오는 것.
그렇다고 박 후보도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식의 단정적 기류가 세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결선으로 가 정책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현장의 여론은 '임단협 연내 타결'이 최대 관심사다. 온건파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고생스럽더라도 강성을 택해 투쟁을 길게 끌 것인지가 선택의 갈림길이라는 얘기다.
현대차 노사는 사상 최초로 올해 임단협 단체교섭을 차기 집행부로 넘겼다. 때문에 이번 위원장 선거는 모든 후보가 '임단협 연내 타결'을 공통된 선거 공약으로 내걸 만큼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이는 각 후보가 연내 타결을 갈구하는 현대차 현장여론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강성의 박 후보는 이미 잠정합의된 주간연속2교대 8+8 시행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에서 사실상 연내 교섭 포기론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가 노조 사령탑에 서면, 연내 타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
아울러 대표소송에서 노조가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쟁취를 공약으로 내세워 회사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박 후보의 약점이다.
특히 박 후보는 과거 노조 집행부를 할 때 시무식에 소화기를 뿌리는 난동적 행보로 아직도 회자된다. 앞으로도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한편 실리론자 홍 후보가 주도권을 잡으면 새로운 노조 집행부 구성이 사실상 필요없으며 집행의 연속성 때문에 연내 타결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있다. 또 당선 후 연내 타결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 비난은 물론 조직의 존립 타격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내 타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홍 후보는 최대 쟁점인 임단협 연내 타결 문제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책임론에 큰 약점을 노출하고 있어 최종 선택으로 결자해지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