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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투사 출신 첫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엄수

3당합당 집권 뒤 신군부 집권 과정 단죄…추모곡 '청산에 살리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26 15: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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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가 민주화 운동 정치인 출신으로 처음 집권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 울려 퍼졌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영결식장이 마련됐다. 우리 헌정 사상 첫 국가장 영결식이다.

이날 오후 2시4분 국회의사당에서 시작된 영결식에는 장례위원회 위원 2000여명은 물론 각국을 대표하는 주한외교단 및 조문사절단 80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유가족은 손명순 여사와 아들 현철씨 등 100명, 각계 인사 7900명 등도 국회 경내에서 고인을 기려 총 1만명 이상이 자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장례위원장 자격으로 조사를 낭독했다. "대도무문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고 고인의 지난날을 요약한 황 총리의 조사 내용처럼,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임기 기간은 신한국건설을 지향하며 국정 전반에 걸친 변화와 개혁이 이뤄졌던 시기였다.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 사조직(하나회) 숙정 작업, 공직자 재산공개 등이 단행된 것도 고인의 집권기였다. 황 총리는 "국가개혁은 깨끗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고인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고질적인 지역 감정 해소에 기여한 점도 마지막 가는 길에서 언급됐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광주 '5·18 기념재단'이 대통령님을 기리기 위해 유족들에게 공로패를 주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영남권 지지 기반을 자산으로 청와대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신민당 시절부터 호남 기반 정치인인 고 김대중 대통령과는 라이벌 관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YS=호남의 한을 풀어준 대통령'으로 호남 사람들이 기억할 정도로, 고인은 '광주의 비극'에 눈감지 않았다.
 
3당 합당을 통해 군사정권의 후예인 민정계 등의 힘을 모두 빌려 당선됐으나, 이 같은 작업으로 그는 민주화를 이룬 문민 대통령으로 기억되기에 이르렀다. 김 전 국회의장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휘호를 유언처럼 남긴, 정직한 언행일치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추모했다.

정치적 정통성을 공인받은 행복한 대통령이었던 고인을 회상하며, 휘날리는 눈발에도 불구하고 4대 종교 의식 등 긴 절차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조용히 식순을 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