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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물 ⑦]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했던 용사…익산을 조배숙씨

노동법원 설립추진에 안정적 개혁론자로 평가 '철새이력 논란이 유일한 흠'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26 1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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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기여고-서울법대, 이른바 KS 출신에 해당하는 조배숙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유연한 사고관과 공격적인 법안 추진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고향인 익산을에서 3선을 지낸 바 있는 그는 이번에 '천정배 신당' 바람을 타고 익산을 탈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이번에 개인적으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데다, 지난 5월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선거 운동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돼 당원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상황이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애착도 사실상 더 이상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과는 서울법대 동문이다. 조 전 의원은 사법시험에 붙어 법조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우선 '대한민국 첫 여성 검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1982~1986년에 검사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가 검사실 직원들을 아우르며 수사를 지휘하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여서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당 기간 첫 케이스로서 여자 후배들을 위해 길을 닦은 뒤 판사로 전관 신청을 내 법원에서 일했다.

변호사 개업을 한 적도 있고,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행정심판(행정소송과 유사한 제도로 과거에는 필수적 절차였으나 지금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중 선택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부문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했다.

정치권에 입문한 후에는 법조 경력을 살려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이른바 DJ(김대중 전 대통령) 키드로 정치권에 입문해 새천년민주당에서 활동했다. 민주당 시절은 수석 부대변인을 지내는 등 정치를 배우고 재미있게 일한 때였다.

이후 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연거푸 정권 창출에 성공하면서 당명 변경에 따라 당적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여성몫 배당으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내 당무의 핵심 줄기를 파악하기도 했다.

천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행이 유력한 가운데 조 전 의원으로서는 민주당(열린우리당의 후신)-안철수신당-새정치연합 복당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보가 철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 무소속으로 맞붙어 패한 것도 이런 당적 변경 움직임이 지역민들에게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에 다시 신당행을 택하면 지난 번 패전 이후 또다시 친정 출신과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조 전 의원이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 꺼낼 회심의 카드는 역시 부지런한 의정 활동 내역. 2004년 그는 사학비리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켜 교직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이관시키겠다고 나서 '태풍의 눈'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개정안은 설립자 일가에 장악되는 게 통례인 이사회를 견제하는 게 골자였다. 이 법안에서 학교장은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받아 교원임면권을 행사토록 구상했다. 또한 법인 이사장과 그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해당 법인 학교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사회의 친족, 족벌경영을 차단하기 위해 친인척 비율을 당시 1/3에서 1/5로 줄이도록 해 사학들의 반발을 샀다.

한편, 그는 2010년에는 노동법원 설치안을 띄워 노동운동계에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는 이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노동 문제를 공안 사건으로 처리하거나 혹은 민법적 계약 문제로 쉽게 판단하는 등 노동분쟁처리절차의 이원화로 인해 국민의 권리 구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일정한 범위의 노동 사건에 대해 전속 관할을 갖는 노동법원을 설치해 노동분쟁 사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고 판결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독일식 노동법원 별도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당한 노동 탄압이나 공안몰이에 염증을 갖고 강력히 저항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지만, 조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는 과격한 개혁론자라기보다 안정적 개혁을 추구하는 온화한 정치 스타일로 평가된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미국통'인 유재건 전 의원이 당시에 수장격으로 황동했던 이른바 '안정적 개혁 모임'(약칭 안개모)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냈었다. 기업 고위관리직 경력을 갖고 정치에 입문한 이계안 전 의원이나 유필우 전 의원 등과도 교분을 맺은 게 바로 이 시기다. 당시 인연을 맺고 끈끈히 정을 쌓았던 20여명이 현재도 당내외에서 우호적 지분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권 정지 징계에 '친노(親盧·친노무현)세력 독주론' 등 쓴소리를 강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고언도 서슴지 않는 배짱있는 조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금배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