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발표한 자료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바로 4년제 대졸 초임 평균에 대한 발표였는데, 2015년 기준 월 평균 급여액이 290만9000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였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이보다 적게 주는 자신의 회사를 원망하고, 또 어떤 이는 현실과 전혀 다른 말도 안되는 통계라고 분통해 했는데, 사용자 입장에서의 발표인지라 그리 큰 신뢰와 의미를 주고 싶지 않다. 또한 통계라는 것이 때로는 조사자나 발표자의 바라는 바를 수치로 보여주곤 한다는 불편한 사실 또한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급여가 많고 적음의 다툼보다 앞서야 할 것은 직장을 얻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있지 않을까? 2015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40% 정도라고 한다. OECD평균이 50%를 조금 넘어선다고 하고, 지난 IMF시절 직후에도 지금보다 오히려 5% 정도 높았다고 하니, 10명 중 6명은 소위 백수인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긴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업, 특히 청년 실업과 관련해 야심차게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 놓다가도 금방 시들해 버리는 일이(아니 시들해 버린다기 보다는 마땅하고 뾰족한 방법이 없어 포기해 버린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반복되다 보니 이를 지켜보는 기성세대나 수혜를 입어야 할 대상들인 청년들 모두 기대를 버리기는 매한가지이다.
최근 어떤 지자체에서는 청년 배당이나 청년 구직 수당이니를 주겠다고 하여 정부와 대치하고 있고, 또 이를 두고 정치적 쇼니 포퓰리즘이니 하며 속타는 청년 실업자들은 멀찍이 앉혀둔 채 서로 아웅다웅하는 것이 청년실업 문제를 대하는 답답한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과연 있는 것일까? 아쉽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임금피크제'니 청년 채용을 하는 기업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세대 간 상생 고용 지원'이니 하는 방안은 아랫돌 빼어 윗돌 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청년 실업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의 실업 문제는 피해야 할 상황이 아닌 받아들어야 하는 현실로 인식을 해야 한다.
미국의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 연구소장은 향후 15년 내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5년 안에 전체 근로자의 40%가 프리랜서나 기간제 근로자, 1인 기업 등 기존 근로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 일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는 점차 현실이 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역시 이미 20여년 전 자신의 자서 '노동의 종말'에서 기술혁명은 노동자 없는 미래와 만성적 대량실업 사태를 예견하지 않았는가.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프리랜서나 임시직 근로자들이 만들어내는 임시직 경제를 뜻하는 '기그 경제(Gig economy)'라 말까지 생겨났는데, 이들은 막강한 노동경제력을 창출해 내며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이끌고 있다. 이제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 거스르지 않고 청년을 포함한 개인과 국가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는 정책을 짜고 준비를 해야 한다.
꼭 80년 전에 쓰인 소설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人生)'. 즉 '기성품' 인생이란 뜻이다. 만들어 놓고 팔리기를 기다리는 기성품처럼 직업을 기다리는 실업자를 말하는데 지금의 청년들이 어쩌면 이러하지 않을까?
소설 속의 주인공인 'P'라는 지식인처럼 고학력, 고스펙에도 마땅한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테러 등 사회적 불안감과 소설 속의 시대적 배경인 세계 경제 공항과 2차 대전을 앞둔 당시의 사회상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느끼는 경망함은 아닐 것이다.

소설 말미, 주인공 'P'가 자신의 자식을 학교 대신 인쇄소에 견습공으로 내보내면서,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라는 자조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기를 간절히 빌 뿐이다.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