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G그룹 연말 임원 인사의 막이 곧 오르는 가운데 전자에서의 실적 부진 등 그룹 전반에 활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어떤 방향성이 인사 흐름을 좌우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 LG유플러스 등 일부 계열사는 27일 사장단 인사를 할 계획이다. 한편 LG유플러스의 사령탑 문제가 26일 먼저 나오면서 인사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룹 수뇌부는 권영수 LG화학 사장을 차기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로 결정했다.
◆LG전자맨 중심으로 충성도 중시할 가능성 점쳐져
이렇게 그룹 전반에 고위급 인사들의 이동과 발탁, 퇴진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권 사장의 이력은 새삼 눈길을 끈다. 그는 1979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금융과 재경 부분을 맡은 재무통이다. 2012년 1월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동통신 경력은 없는 인물을 투입한다는 점은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3사의 5:3:2 마켓셰어 분할 고착화 구도라 급격한 1위 부상이 어렵고, 또 어느 정도 무능한 인사가 와도 세부적 숫자 싸움일 뿐 위상 전반에 큰 추락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하는 등 인터넷 등 결합상품 공략 문제가 시장 판세에 영향을 줄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신임 사장이 무조건 수성만 하면 되는 편한 자리는 아니다.
그와 바통 터치를 하는 전임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건강 문제와 조직 쇄신 차원에서 물러난다는 게 표면적 사유다. 단말기 유통법 국면에서 물러날 수 없어서 일단 어떻든 상황이 안정화된 지금에서야 물러나게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인 셈인데, 이는 바꾸어 생각해 보면 LG유플러스의 신임 사령탑은 현재 시장 구도에 대한 전체적 부담보다는 새 사업 코드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B2B 중시 기류가 그룹 지배, 로열티와 함께 인사 키워드될 듯
이에 따라 권 신임 사장은 LG유플러스에서 B2B 사업 개편을 벌일 전망이다. 재무통답게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라는 특명을 받고 내려간 셈이다.
마찬가지로 '이상철 퇴진'을 명예로운 퇴진으로 보게 되면, 그룹 전체의 상황과 인사폭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이 2016년 사업 키워드를 B2B(기업간거래)로 정하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중심으로 B2B 체질을 바꾸고 있다.
우선 가장 높은 곳에서 전반적 그림을 그릴 이로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주사인 ㈜LG에서 B2B를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그룹의 골간인 데다 가장 주력인 전자 출신에 대한 배려와 업무 추진을 위한 힘실어주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조성진 사장(H&A사업본부장)의 경우 LG전자에서 40년 가까이 몸담아온 인물로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7년 연속 글로벌 세탁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유임이 점쳐진다.
또한 LG전자 사장단 중에선 노환용 사장이 현재 B2B부문장을 맡고 있고 전략통이라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 대열로 분류 가능하다. 물을 건널 때 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이치다. 아울러 박종석 사장(최고기술자문 CTA)이나 안승권 사장(최고기술책임자 CTO) 역시 B2B 강화를 위해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할 인사들로 유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에서 전체적 그림 그리고, 로열티 강한 야전사령관들이 뛸 듯
이렇게 주력 계열사인 전자에서 큰 판 흔들기가 없이 넘어가면, 다른 계열사에서도 변주를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LG그룹 계열사 전체적으로 봐도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가 3명에 불과해 고위급 임원 인사 변동은 소폭으로 진행될 여지가 있다.
LG유플러스의 명예로운 사령관 이취임 결정 국면처럼 다만 일부에서 노장의 퇴진이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10년 넘게 CEO를 맡아오고 있는 LG생활건강이 눈길을 모은다. 내년 3월까지가 공식 등기임원 만료 시점인 차석용 부회장에 대해 그룹 오너 측이 어떤 판단을 할지 미지수라는 것. 차 부회장은 LG그룹의 간판 전문경영인이라는 점, LG생활건강에 대한 신뢰 보여주기 차원이라는 양 측면에서 유임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그룹)에 대한 로열티와 B2B 강화라는 점에서 이번 연말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격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온화한 틀로 직원들을 독려하며 대응을 추구하는 항해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