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악화되는 시장상황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인수합병을 선택했다고 밝혔으나, KT와 LG유플러스는 지배력 전이 및 경쟁 제한성 등을 이유로 인수합병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2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상호·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학계 및 방송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공방전을 펼쳤다. 이번 사안에 대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피할 수 없는 생존 위한 선택"
이날 SK텔레콤은 포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생존성을 갖기 위해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는 불가피하며, 이는 글로벌 추세에도 적절한 결정이라고 피력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최근 시장 포화상태에 이른 이동통신시장은 제로섬 게임으로 변했으며, 방송산업도 성장하지 않은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구체적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통신사들은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서서히 쓰러져 갈 것인지, 힘겨운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곳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통신사들도 활발한 M&A를 통해 새로운 영역과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은 M&A 이후 집중 투자를 통해 케이블·IPTV사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콘텐츠 신기술 투자 확대 및 스마트 미디어 진화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상무는 경쟁사 주장에 대해 달팽이 뿔에서 싸운다는 의미를 가진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인수합병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자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CJ헬로비전도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피할 수 없는 변화로 받아들였다.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는 최근 케이블TV사업자와 지상파 간 VOD 중단 문제를 언급하며 "KT는 MBC와 VOD 협상을 원활히 협의했으나, 케이블TV사업자들은 이번주 VOD 서비스 중단에 나선다"며 "거대 사업자가 들어와 새로운 거래 질서를 유도할 수 있는 순기능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탁 상무는 M&A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고용문제 등에 대해서는 모범적 선례로 남길 수 있기를 기대했다.
◆KT-LG유플러스 "궁극적으로 인수합병 불허돼야"
이날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궁극적으로 인수합병이 허가돼서는 안되며, 만약 정부가 이를 승인하더라도 강력한 조건을 부가해야 한다는 것.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경우,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도 상당히 많은 M&A가 승인되지 않거나 강력한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와 방송 결합상품을 통해 SK텔레콤 지배력을 더욱 확대될 것이며, CJ헬로비전이라는 경쟁 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에 대해 SK텔레콤의 자사 중심적인 이기적 시도라고 정의했다. 또, 칸막이 규제의 방송산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글로벌 추세의 인터넷 기반의 OTT(Over the Top) 서비스와 칸막이 규제가 존재하는 방송을 동일시하며 인수합병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해 당사자로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인수가 불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공정경쟁·ICT 산업발전·방송 공공성 신중히 살필 것"
이날 정부는 SK텔레콤이 인수 신청서를 제출한 후 △공정경쟁 △ICT 산업발전 △방송 공공성 측면 등을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내달 1일 인수합병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신청서 접수 후 개별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며 "자문단을 구성해 조사·청문 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품시장과 지배력시장 확장에 대해 검토한 후 인수합병 전후 시장 집중도 변화를 살핀다. 해외 사례와 방송통신 트렌드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의견도 듣기로 했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공정경쟁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인수 전후를 비교해 문제가 악화되는지, 좋아지는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심사하겠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