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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한미약품 '8조 잭팟'과 아쉬운 시기·질투

이보배 기자 기자  2015.11.25 17: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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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달 초 사노피에 5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잭팟을 터뜨린 데 이어 올해 성사시킨 기술수출 규모만 8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인데요.

한국 제약산업 118년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대형 계약을 연이어 터뜨렸으니 나라 전체가 칭찬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같은 제약업계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한미약품의 잇따른 성과는 축하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제약사들의 심경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축하와 환영의 뜻을 보이는 가운데 경쟁심과 질투심 역시 내려놓지 못한 까닭입니다.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은 사실이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는 입장인데요. 이와 관련 한 제약사 오너는 기술개발 연구소 실무자들에게 그동안의 부진한 연구 실적을 문제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는데요. 또 다른 제약사의 오너는 "그동안 허위·거짓 보고로 R&D 성과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몇몇 상위제약사들은 R&D 인력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업계의 냉랭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됩니다.

경쟁업체의 경사에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약업계의 평균 R&D 투자비율을 놓고 봤을 때 이 같은 시기와 질투는 유감스럽습니다.

단적인 예로 올해 3분기 기준 상위 30개 제약사 중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한미약품(21.4%) △LG생명과학(18.8%) △종근당(14.7%) △대웅제약(11.7%) △일동제약(10.8%) △동아에스티(10.2%) △신풍제약(10.1%) 7개에 불과했습니다.

국내 10대 제약사 중에는 절반이 10%를 넘겨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일부 가능하지만 1~3%대의 낮은 투자비율을 고수하는 곳도 여전합니다.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으로 화장품 및 건강식품사업, 음료수사업 등으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인데요.

수년째 R&D 투자비중이 1%대 머물고 있는 광동제약이 대표적입니다. 광동제약은 음료시장에서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을 성공시켰고, 2013년 초 시장 1위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 유통까지 맡아 음료사업을 크게 키웠습니다.

이 3개 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매출 흥행에는 성공, 10대 제약사 매출 순위로는 7위를 기록했지만 '제약사' 간판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물론 한 해 매출 평균 5000억원에 10%대 R&D 투자도 힘든 상황에서 신약개발은 힘든 과제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약산업은 멀리 내다보고 오랜시간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물질도 10년 이상 공을 들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를 참지 못하고 R&D 투자에 인색하거나 연구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오너와 경영진의 모습은 씁쓸합니다. 한미약품의 낭보에 힘입어 제약업계의 R&D 투자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는데요.

경쟁업체의 '대박' 소식에 따른 조급함과 업계 분위기에 편승한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