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간절곶 공갈 우체통에서 느낀 '일기일회'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24 19:24:0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울산 근방에는 명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섬을 제외하곤 본토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간절곶'이 그곳인데요.

여기에 가면 초대형 우체통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이미 매서워지기 시작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체통 구경을 하고 왔는데요.

이 우체통을 보며 뭔가 좀 아쉽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기념 엽서 등이 바로 그 우체통 건물(?)에 비치된 게 아니고, 좀 떨어진 기념품 가게에 가 구해다 쓰는 방식으로 돼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고요.

지금처럼 손에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다니는 스마트폰 세상에, 특히나 우리 통신과학기술의 발전은 LTE-A급으로 뭔가 처리되지 않으면 성이 안 풀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요.

또 멀리서 본 우체통은 큰데, 실제로 여기서 뭔가 부쳐 보겠다고 건물 뒤로 돌아가면 더 실망을 하게 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2층은 족히 되는 우체통이니만큼, 겨울철 계단에 얼음이 끼는 때 등을 제외하곤 실제로 큰 통에 올라가는 방식으로 해 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올라가서 저 정면 투입구에 실제로 편지나 엽서를 넣을 수 있게 하면 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그냥 보고만 지나치면 더 좋았을 것을, 실제로 뒤켠으로 돌아가 보면 저 지경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시밀러(복제약)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모 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놓고 두 제약사의 상황이 엇갈렸다는 풍문입니다. A사는 바이오시밀러를 먼저 개발하고도 임상으로 검증하는 '마지막 한 큐'를 못 챙겨 그간의 노력에 보상을 받지 못했으나, B사는 찾아온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것인데요.

그 차이를 만든 미세한 공정상 노력의 차이가 흥미롭습니다. 

당시 A사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내놓은 약제는 용량이 25mg 한가지뿐이었다고 합니다. 오리지널의 주용량이 50mg이었는데 말이죠. 결국 이는 주사횟수와 환자 부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용량을 키운 원작 기업의 노고를 어찌 보면 무시한 처사였던 셈이죠.

이렇게 되면 결국 정확한 비교 임상시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생깁니다.  몇해 전 A사가 일을 망친 뒤, 새 파트너로 B사가 등장했고 지난해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오리지널 약품과 비교해 90% 이상의 약효가 있는 제품으로 공인을 받는 데 성공했답니다. 

결국 작은 차이가 공갈빵을 깨문 듯한 큰 실망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어떤 요소 하나를 충족시켜 주려는 노력 하나만으로도 큰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다도에선 '일기일회'라는 표현을 잘 씁니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니, 지금 만난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요.

시밀러 사례 처럼 일기일회에서 실패하지 말자는 생각을, 엽서 보내기 불편하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도 안 되는 간절곶 우체통에서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