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공항이 건설되는 서귀포 성산읍의 투기의혹을 조사하기로 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토지 관련 정책 기조가 본격적으로 일선에서 영향을 미치질 주목된다.
제주도는 성산읍의 최근 3년간 토지거래 현황을 분석, 농지법·부동산 거래법률 위반 등 투기 여부를 조사해 문제 케이스는 모두 관련 법률에 따라 고발 등 강력히 조치할 방침이다.
앞서 제주도는 성산읍 온평리와 신산리를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역으로 지정되면 건축 또는 공작물 설치, 토지의 형질 변경이나 토석 채취 등이 제한된다.
◆원희룡 "부동산 정비제도 시급…함부로 안 팔았으면"
여기서 짚어볼 대목은 외국인 토지 소유 문제다. 앞서 원 지사는 1년 전 한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향성 면에 있어서 토지소유권이 무분별하게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앞으로 제주도의 정체성이나 제주도 투자개발계획에 대해 도 당국의 어떤 정책주도권, 정책관리능력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토지 소유와 관련, 토지거래허가제 혹은 투자총량제 도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 원 지사는 "허가(제)는 부동산 열풍이 불었을 때 제한하는 것이다. 외국인만 선별적 실시할 방법이 없다"고 법률가 출신다운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제주도지사'로서 이 같은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는 또 "제주도 말고 다른 지역은 제한된 구역 내에서 즉 관광개발지구 내에서만 투자영주권을 준다. 부동산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면서 "(중국인들은) 시가에 툭하면 5배, 10배 주고 산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좋은 투자를 선별해서 받아들이면서 땅이 필요하다면 장기임대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걱정하시는 이들이 얼마나 설득력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제주도의 정체성과 미래를 걱정하신다면 함부로 안 팔았으면 좋겠다"고 제주도민에 당부도 잊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그의 의중은 현재는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제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는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외국인(중국인) 등에게 지나친 차별을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지나친 해외 자본에 의한 부동산 장악 가능성을 제한하자는 '원희룡'식 비전이다.
때문에 제주도 안팎에서는 제2공항 건립 계획 공개와 함께 제주도가 추진하는 이번 토지거래 분석 역시 장기적으로 외국인 소유 토지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국인 소유 제주도 토지 면적 3년 새 6배 급증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 중 외지인이 취득한 토지는 1만3489필지(25.7%), 4023만8000㎡(37.4%)다. 이 중 2012년 이후 거래된 토지는 3724필지, 7468㎡로 농지·임야가 대부분(89%)이다.
특히 중국인이 보유한 제주도 토지 면적은 최근 들어 확대됐다. 2011년 141만5000㎡이던 중국인 보유 면적은 지난해 800만㎡선을 돌파하면서 6배나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들에게 지역경제가 휘둘린다는 위기감 역시 높다. 중국인들에게 투자 이민 스타일의 시사점을 던진 것은 분명 우리인 만큼 이런 투자 전반에 대해 백안시할 일은 아니다. 다만 투기성 흐름이나 전체적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경고음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인 토지 소유 문제는 제주 지역에서 차지하는 차이나 머니 파워로 연결된다. 최근엔 중국 자금이 제주 지역경제에 의외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까지 나와 주목을 끌었다.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중국의 국외관광 변화와 전망에 따른 제주의 대응과제' 보고서는 "일부 대기업 면세점만 중국인 관광객 증가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 롯데·신라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상당했다. 제주도가 집계한 지난해 수출 실적은 약 11억7500만달러(1조2000억원가량)였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 면세점 수출이 5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매출액 중 약 10% 내외로 중국 전담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건넨다. 이들 여행사 대표와 가이드는 대부분이 중국인이라 전형적인 '중국 돈을 벌어 다시 중국에 내 주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면세점은 관광진흥기금이나 지역발전기금을 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역에 떨어지는 돈은 미미한 수준이고, 중국인들에게서 돈을 벌지만 중국으로 다시 새거나, 육지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이나 머니 파워…부의 재유출 패턴 '악순환'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사들이는 부동산 중 상당수가 다시 중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숙박업소 등 부의 재유출 패턴으로 악순환된다는 비판은 이제 의혹을 넘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문화적 괴리감 등도 심각한 요소로 꼽힌다.
이런 터에 제주도가 토지거래 분석에 나서면서 중국인 소유 부동산의 문제점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라면(굳이 중국인 보유 부동산 문제만 공략하는 국수주의적 태도가 아니라면) 행정적 명분과 타당성은 충분하다는 시각도 많다.
제주도가 안고 있는 외국인 토지 소유 고민과 관련, 최근 호주당국의 방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판단을 이유로 소를 키우는 거대한 목장을 외국인 기업(더 정확히 중국인)에게 통째로 파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호주의 외국인 부동산 정책과 당장의 제주도의 문제는 상이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특정 카운티의 백인들이 자신들의 고급 주택지 이미지를 철통같이 지키고자 마을을 떠나 이사를 갈 때 유색인종에게 매각을 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담합을 했던 경우, 이는 백인의 기존 토지 소유주가 누구에게 매각할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자,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위헌적 조치라 해서 연방 대법원이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이론'을 적용해 철퇴를 가한 바 있다.
호주와 미국의 사례에 비춰 원 지사의 이번 행보는 비단 중국인에 대한 적개심에서만이 아니라 거국적 견지에서 제주 지역의 경제 전반을 건강하게 다루자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안의 일부일 것이고, 따라서 이런 위헌적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과거 우리 판례에서 러브호텔 사업의 건축허가를 취소함에 있어 규정상 근거가 불분명함에도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사례(2004년)를 감안하면, 현재 원 지사가 투기 방지와 조사를 위해 외국인 투자 문제까지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부동산 시장에(외국인 참여 플레이어들에게) 경고음을 내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