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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건수제 전환' 백지화…업계 혼란 가중

임종룡 위원장 '점수제' 유지 발표…업계 점수제 유지에 고민

이지숙 기자 기자  2015.11.20 15: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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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기준을 2018년부터 사고 횟수에 따른 '건수제'로 전환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되며 보험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는 일부 회사만 건수제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가 보험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보험료 책정 등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간담회에서 현행 자동차보험 '점수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지난해 8월 '건수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계획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이날 임 위원장은 건수제를 도입하면 일반차량에 비해 운행률이 높고 경미한 사고 건수가 많은 중소·상공인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에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기준은 기본적으로 점수제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며 "단 보험사가 선택에 따라 건수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점수제는 사고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하는 것이고, 건수제는 사고 횟수를 집계해 할증에 반영하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점수제를 할증 기준으로 삼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보다 물적 피해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국회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거쳐 건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외국 대부분의 나라는 사고 건수에 따른 할인할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건수제 시행을 발표하며 자동차보험 개별할인할증 제도상 점수제가 1989년에 도입돼 현재 자동차 사고 형태와 맞지 않고 사고가 잦은 차량의 보험료가 무사고 차량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수제 전환이 보험사들의 수익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건수제 시행 발표 후 장단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1년여 만에 백지화한 것이다. 상품·가격 규제를 풀어 업계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건수제 전환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과 보험업계 자율성을 확대하는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고려한 조치"라며 "회사에 따라 점수제를 유지해도 되고, 신고를 거쳐 건수제로 전환해도 되므로 소비자는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건수제를 시행할 것인지 현행 점수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선택에 따라 건수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부 회사만 건수제를 채택했을 경우 소비자가 보험사를 변경할 때 보험요율 책정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 상품이고 소비자 이동도 커 업계 전체적으로 혼선이 생기지 않으려면 이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업계에서는 보험료 현실화를 위해 건수제 도입을 원했지만 처음 계획과 달리 논의 과정에 있어 할증폭 등이 조정돼 보험료 인상 효과가 퇴색돼 가는 상황이었다"며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건수제 도입 등을 준비하고 있던 것은 아니여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