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여야 합의 불발로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통비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합법적인 휴대폰 감청과 통신사의 감청설비 구축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통비법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파리 테러로 인해 국가 안전을 위해 휴대폰 감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날 여당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합법적 휴대폰 감청에 대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휴대폰 감청만으로 테러를 방지할 수 없으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신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휴대폰 감청을 합법화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적 이목이 파리 테러 사건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통비법 필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을 갖고 있다"며 "일반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정보기관이 제대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선전화에서는 감청을 허용하면서 무선전화에서는 왜 못하게 하느냐"며 "범죄 수사와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해 검찰이나 정보 수사기관이 적법 절차에 따라 휴대폰을 쉽게 감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통비법을 테러 방지를 위해 제출된 법안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댓글 사건 등 국정원 혁신 없이 통비법이 관철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국정원의 신뢰성 문제를 강력하게 지적하며 통비법 통과 때 불법 행위 및 정부 개입 강화 가능성을 꼬집었다. 또 이날 국정원이 시리아인 200명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정치적 공작으로 해석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시리아 난민이 입국을 신청한 당시에 공론화시키지 않은 채 비밀리에 받아들인 후, 예민하고 민감한 시기에 발표한 것은 교활한 정치적 행위"라며 "통비법의 기능이 합법적으로 주어졌을 때, 불법적 행위·정치 공작·정부 개입을 해온 국정원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휴대폰 감청으로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프랑스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원을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 견해차가 극명하게 대립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여당 측은 국정원을 제외한 수사기관에서의 휴대폰 감청 허용 또는 외국인 대상 휴대폰 감청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정보기관 개입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나, 국가 안보를 위해서 외국인에 대한 감청이라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범죄 등 수사와 국가 안전 보장에 한해 통신사의 감청설비 구축 의무화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통비법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논의를 종료했다. 박민식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통비법에 대해 더 다루자고 했으나, 사실상 여야 의원 간 극명한 의견차로 인해 통비법은 계류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