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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물 ④] 황우여와 맞대결 접고 우회? 광주 서을 출마설에 휩싸인 '송영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17 16: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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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외 자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인천 송도 발전의 기틀을 닦은 경제통인가, 시 재정 부실화를 막지 못하고 주저앉은 평범한 도백인가?

'송영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인천 코드'다. 송영길 전 인천광역시장은 1985년부터 이어지는 노동 운동과 정치 행보의 대부분을 인천에서 일궜다. 1963년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군사정권에 대한 반감을 분출하던 그는 1985년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당한 체구와 태도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고 신망이 높았던 그는 1985년 인천 삼릉(부평의 일부로 일제시대에 미쓰비씨-한자로 삼릉-공장이 있었다고 해 이런 지명이 붙었다. 즉 일찍부터 공장 지역이었던 것)을 무대로 공장 활동 등에 대한 견문과 경험을 쌓았고, 한때 택시를 몰며 인천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인천 부평 지역에서 활동하던 그는 뒤늦게 전공 분야가 아닌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변호사로서 새롭게 노동 활동 제2막을 열며 바쁘게 일하던 송 전 시장은 정치권에 영입돼 16대 총선 이후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국회의원 송영길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액 투자자 등을 보호하고자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대표발의 등 대중적으로 의미있는 안건에 흥미와 특기를 보이며 일찍부터 이름을 알렸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서 이 문제를 놓고는 보수정당과 첨예한 대립을 하기도 했으나 이외 여러 안건에서는 초선 시절부터 나름대로 합리적인 모습이었다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성실함과 근면함, 그리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대변되는 그의 이력은 초등학교 졸업반 무렵부터 할머니를 모시고 둘째 형과 대처에서 자취 생활을 한 데서 기인한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한편으로는 그의 유학 생활은 정치적 색채를 결정짓는 때이기도 했다. 광주대동고 시절 4·19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영어 선생님을 만나면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을 접하는 등 조숙하고 생각이 깊은 청소년으로 성장했던 것.

평소엔 점잖았으나 보충수업비를 교사들 대신 재단이 챙긴다는 사실을 알고 학생들과 시위를 조직하는 등 일찍부터 합리적이지만 불의라고 판단하면 물고 늘어지는 캐릭터를 정립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겪은 가장 큰 시련은 '베트남 성접대 의혹'과 '인천시 부채가 7조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는 공세였다. 사실 이 문제들에 비하면 16대 국회의원 당시 시민단체로부터 낙천 운동 대상을 지목되고, 인천시장 비서실장이 뇌물을 수수해 구속되는(항소심에서도 중형 선고. 송 전 시장에게 갈 돈이 배달사고가 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많았음) 등으로 마음 고생을 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평이다.

성접대 문제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였던 것으로 정리가 됐으며, 인천시 채무 규모는 당시 주무부처(옛 안전행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채무기준(영업부채 제외)으로 2010년 6월 7조4452억원에서 2013년 6월 9조4369억원으로 1조9917억원 증가한 것은 맞으나, 이는 2010년 말 영업부채 현황에 나중에 감사원 감사 등으로 밝혀진 2조2750억원의 숨겨진 부채가 누락된 것이어서 다시 계산해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송 전 시장은 재임 시기에 드러난 부채와 이자를 처리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이 오히려 종합적으로는 맞다는 것.

아울러 그의 재임 시기에 외국인 투자면에서 인천이 지방자치단체 중 1등을 차지하는 등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기였다고 보는 인천 지역 공무원들도 존재한다.

다만 공약 이행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한식 당시 세종시장의 공약 불이행률이 가장 높았고(63.46%)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63.81%), 우근민 당시 제주도지사(66.00%) 등이 나란히 높은 순위를 보였다.

어쨌든 재차 인천시장직에 도전했지만 낙선한 그는 근래 천정배 의원의 신당 추진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서 조명을 받고 있다. 이에 광주 서구을에 그가 출마해 천 의원과 샅바싸움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거푸 의원직을 경험한 데다 지자체장으로서의 행정 노하우까지 쌓은 그로서는 대권을 향해 움직이겠다는 포부를 가질 만하고, 이런 과정에서 '송영길 대 천정배'의 구도를 형성하는 총선 출마지역 선택은 전략적 판단으로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광주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당당하게 '5선 고지'에 올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새 깃발을 든 천 의원을 그가 꺾는다면 문재인 대표 체제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그의 당내 입지는 한층 튼튼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인천 연수에 터를 잡고 지역구 분리를 바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연수 지역구가 갑과 을로 나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 전망이다. 다만 지역구를 분리하는 게 확정되지 않는 터에 지역 터줏대감을 송 전 시장이 꺾을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전망은 힘을 잃는다. 

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왔고 곧 내각에서 물러나 정치인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되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맞대결을 감수하겠냐는 것이다. 혹시 을과 갑으로 연수 지역이 분리되어도, 부촌 속성이 강한 송도에서 새누리당 인사와 그가 정면 대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 시장을 지낸 인천에서 금배지 달기에 실패한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다. 

송 전 시장이 천 의원과의 대결이라는 명분 싸움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그래서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