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 기자 기자 2015.11.16 21:15:21
[프라임경제] 아파트 분양시장 포화상태와 해외공사 수주 하락 등 건설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건설사들이 저마다의 살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관급공사만 기다렸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란 얘기가 건설업계의 정설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결국 틈새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굵직한 사업을 영위해온 건설사라 하더라도 다양한 분야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하고 보다 섬세한 전략으로 틈새 속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말 그대로 '창조경영'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1988년에 설립된 중소건설사인 신성월드건업의 리더는 의외로 여성이다.
제조업공장 전문 시공사인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현숙 대표는 다양한 틈새전략으로 불황에 맞서고 있다. 27년여 적지 않은 시간을 관급공사 등으로 신뢰와 실력을 인정받은 기업이지만, 알차게 재도약을 다지고 있다.
이 대표로부터 새로운 신사업 구상에 대해 들었다.
◆소통 중심 '가족경영'의 힘
이 대표가 신성월드건업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계기는 '경리직 공석'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전부터 이 회사의 경리업무를 맡았다. 이어 현장에서 실력을 키웠고, 기업을 진두지휘하기에 이르렀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그는 철저한 현장파다. 덕분에 직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이 점이 그의 가장 큰 힘이다. 경직된 조직문화 대신 수평적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터라 의사결정과정과 조직문화가 유연하다는 평가다.
건설업은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경우가 많고, 대개 프로젝트 별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특유의 섬세한 안목으로 '안전'을 철두철미하게 챙기면서 안으로는 직원들과의 신뢰를, 밖으로는 기업의 신인도를 쌓았다.
"솔직히 안전이 제일 우선입니다. 직원도 가족이라 생각하고, 직장을 단순한 일터라기보다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라 여기죠. 저를 포함한 우리 조직원 모두가 이런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나 자신은 물론, 동료들과 협력사들까지 챙겨가면서 작업에 임합니다. 이런 바탕이 있기 때문에 시공 역시 책임 있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공 성과도 이런 식으로 해서 축적된 것이고요."
이 같은 '가족경영'은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신성월드건업은 매년 최소 6~8건의 수주를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을 달성했다. 전형적인 '작지만 강한 기업'의 면모다.
△삼일변압기 공장 증축공사 △이화SK텔레콤관 지하1층 환경개선공사 △감천 습례지구 수해복구 공사 △휘경동 주거환경관리사업 기반시설 공사 △서울오류 초등학교 연결통로 설치공사 △신월중학교 다목적강당 겸 체육관 증축 공사 등 올해 성공적으로 진행한 공사들로 시공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교육청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로부터 건물을 안전하게 지어준 표시로 감사패도 수차례 받았다. 이렇듯 신성월드건업이 여러 곳으로부터 감사 표시를 전해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객이 불만족을 느낄 틈 없이 모든 분야를 꼼꼼히 살피고, 혹여 문제가 생길 경우 진정성 있는 자세로 진지하게 보상에 임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지만, 여성의 강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섬세하고 꼼꼼하고 배려 깊은 점이죠. 공사 발주에서부터 건물시공 현장, 그리고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전 과정을 보다 더 정확하고 꼼꼼하게 살피는 습관이 경쟁력이 된 것 같습니다. 제 성격상 건물 시공 과정 이후에도 하자가 생긴다면 합당한 보상을 합니다. 책임 있는 시공의 자세인 것이죠. 이런 것이 우리 기업과 저의 슬로건입니다."
◆'사업다각화'로 틈새시장 공략
최근 들어 건설사들의 사회기반시설(SOC) 공사는 감소 추세다. 예전과 달리 공공기관의 발주가 상당량 줄어들었고, 정부 예산마저 감소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관급 공사는 6.8~7% 감소했다. 해외수주 규모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어 건설경기는 안팎으로 침체기다.
신성월드건업은 실수요자를 직접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부지런히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선 것이다.
종전의 시공사 역할뿐 아니라 시행 영역까지 손을 뻗어 종합건설사로서의 입지들 다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분석도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인 게 현실입니다. 전세가 급등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잘 설명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100평 미만의 땅을 매입해 내년부터 임대나 매매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분야의 사업이지만, 시대에 맞는 시장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임대매매사업은 요즘 시장의 틈새 공략이라고 봅니다. 종전에는 자투리땅에 대한 법적 제한이 많았고, 또 이런 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를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건물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는 늘 있어왔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겁니다. 신성월드건업의 숙련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을 높이는 리모델링 프로세스를 준비했습니다. 실력과 고객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서울 수도권의 노후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실력자로 거듭날 채비를 갖췄습니다."
신성월드건업은 틈새사업의 연장으로 공사 발주에 필요한 자재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건물 자재로 쓰이는 이태리산 대리석의 경우 원재료는 터키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해외 자재 사업도 새롭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요즘 건설이 하향산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런 만큼 건설사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발주만 받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펼쳐야 하는 시대가 온 거죠. 실수요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사업으로 창조건설 시대를 만들어가 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