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총선이 내년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울산 중구에서는 이향희 노동당 울산시당 대변인이 네번째 도전장을 낼지 관전 포인트로 부각된다.
이 대변인은 옛 사회당 출신으로, 이 당이 진보신당으로 합쳐질 때 자연스럽게 소속이 바뀌었다가 근래 노동당으로 당명이 바뀐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한 길을 걷고 있다.
교사 자격증을 활용해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과 해산심판 등으로 진보 정치 전반이 오해와 냉소를 받는 와중에 꿋꿋하게 진보 정치권의 외연 확대와 지역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다. 1994학번으로서는 드물게 위장 취업을 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물론 공산주의나 주체사상 전파를 위해 대학생들이 현장에 파고들던 80년대 중반 최전성기의 위장 취업 '악용' 사례와는 전혀 다르다.
생계를 위해 취직하는 척 하긴 했지만, 생생한 현장 기류 파악과 노동법 적용/미적용 사례 등을 공부하기 위해 공장 현업에 들어갔던 '초창기' 위장 취업 정신에 가까운 활동을 위해 연고가 없는 남쪽바닷가 공업의 중심지에 내려갔다.
당시 시급은 1750원. 하루 10시간 이상 잔업 등 근무에 토요일 철야나 특근 근무까지 다 해도 월급이 한달에 70만원을 안 넘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절감하고 문제 상황을 개혁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대형 강의실에서 마이크 없이도 총학 선거 유세를 하던 또박또박한 말씨의 여학생은 이렇게 해서 울산과 인연을 맺게 됐고 현지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지금은 진보 정치 전반의 이론은 물론 지역 현안과 역사, 문화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꿰는 정도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성의 면모도 갖고 있다.
대학생 시절과 같은 감수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자취 요리에서 발전시킨 요리 관련 글도 종종 올린다. 그래서 블로그명도 '맛있는 정치'다.
이렇게 여성적인 가운데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갖추고 있는 이 대변인은 각종 사회현안과 논란의 검토와 문제 확대에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참여해 왔다. 울산 현안에 대해 많은 어젠다를 던질 정도로 그간 현지에서 살아온 내공을 분출시키고 있는 것.
2002년 27세의 나이로 울산 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사회당 후보로 출사표를 썼던 그녀는 2004년, 2008년과 2012년에도 국회의원직에 도전했다. 19대 총선에서 그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울산읍성 및 병영성 복원, 역사공원 조성 등으로 중구의 성장 동력 창출'은 근자에 재조명받고 있다.
울산읍성은 통상적으로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의 유적인 울산왜성과 혼동을 막기 위해 언양읍성으로 불리는데, 현재 이 읍성에 대한 복원 작업에 시동이 걸려 지역민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2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울산지역 관광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도 한 참가자가 언양읍성에 성곽·봉수·역원을 연계해 조선시대 관방체계를 복원하는 등으로 추진하자고 제언했고 울산이 가진 성곽 등 자원을 스토리텔링해 개발하자고 했음은 이 대변인의 공약이 상당히 앞선 안목을 담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예라 하겠다.
일각에서는 그녀를 이마트 울산 중구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을 막은 데 한몫을 거든 지역정치인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100여일 가까이 학성새벽시장 상인들이 트레이더스 전환 반대 투쟁을 하던 때 그녀는 시청 앞 상인대회에 동참하는 등 음으로 양으로 저지에 힘을 보탰다.
울산 문수산 개발 문제에 대해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론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문수산 개발 논란은 경사도가 높아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지역에 울산시가 각종 혜택을 주면서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했다는 의혹이다.
중구지역을 포함, 시민사회계가 치열하게 파헤친 결과 수십억원의 공공재산이 허공에 날아간 문제에 대해 나름의 경종을 울렸다. 조례 개정과 건축 허가 업무 관련 공무원 5명에 대해 45일에서 3개월까지 직무를 정지시키는 조치를 당국이 단행한 것이다. 처벌이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문제적 행정 직무 수행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가 따른다는 징벌적 기록을 울산 공직사회 역사에 남긴 케이스다.
이 대변인은 아직 다가올 총선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진 않고 있지만, SNS 활용 글쓰기 기법을 배우는 등 외부와의 소통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여의도 1번지에서 드러낼 수 있을지, 내년 지역구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