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새는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어엿한 교수 자리를 꿈꾸며 팍팍한 처우를 감수하며 '보따리 장수'로 떠도는 시간강사 시절은 젊은 학자들에겐 참으로 고단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언제까지 그 터널이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막막하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연재를 막 시작할 무렵부터 큰 관심을 얻었다. 이 인기 에세이 연작을 다듬어 엮은 책이 나왔다. 저자 '309동 1201호'는 현직 대학 시간강사다. 지도 교수와 층층시하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바쁘게 흘러가는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공부 라이프를 다루면서 우리나라 대학 사회의 적나라한 얼굴을 담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제도권의 삶이 비루하다는 식으로 불평하거나 내가 이렇게 힘드니 좀 알아달라고 들이대거나 이러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미덕이 있다. 그저 한 청년 학자가 이렇게 꿋꿋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르포르타주 기사'라고도 할 만하다.
저자 309동1201호은 1983년 서울생이라는 것 외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인문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 과정 끄트머리에서 인문학 교양 강의를 하고 있다. 은행나무 펴냄,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