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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인물 ②] 고양 덕양을 터 닦는 '경제통 소방수' 정재호씨

금융 경험에 靑 근무…용쟁호투 지역서 화려한 국회 데뷔 꿈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13 15: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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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2년 봄 그가 무명 정치인을 따라 야인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2003년 카드 대란이 터졌을 당시 사고 수습이 조금은 쉬웠을까, 혹은 대란까지 치닫는 와중에 적어도 한켠에서 경고음을 내 사회 환기를 시켜 브레이크를 걸 수 있지 않았을까. 정재호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은 '소방수'와 '야인'의 두 키워드로 대변되는 삶을 살아왔다.

1964년생, 대구 달성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온 그는 1989년부터 외환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하다 외환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평범한 금융인 생활을 하던 그가 사회 현안에 사실상 첫 목소리를 낸 것은 1997년 연초 노동법 날치기 때였다. 당시 외환카드 노조 부위원장이던 그는 조직 간부들과 노조원들을 규합해 국민과 BC, 외환카드 3사의 '검은넥타이' 집단불복종 운동을 성사시켰다. 

이후 IMF 관리 체제로 우리 경제가 신음하면서 부실 우려로 인해 일명 은행계 카드사들이 모은행으로 다시 합병 추진될 때에도 그는 반대 운동으로 부당성을 지적했다.

외환카드와 외환은행의 합병(카드 영역은 한참 후에야 다시 독립법인으로 분리됨), 해외 자본이 국책은행에서 출발해 기업금융의 심장으로 역할을 수행해오던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상황 속에서 그는 정치권으로 나서게 된다.

2002년 초봄부터 그가 따라다닌 이가 바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정 전 비서관이 계속 카드 관련 영역에 남아있었다면 김대중 정권이 경기 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카드 남발을 방조 내지 조장하던 기류에 맞서 각 사 노조 관계자들을 규합해 제동을 걸었거나 이후에도 유의미한 소방수 족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랬다면 소방수 업무에 너무 바빠 한눈을 팔지 못했을 것이고, 정치인 정재호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시장 선거 등 야당 간판으로는 쉽지 않은 선거에 도전, '바보' 소리를 들으며 비주류 정치인으로 각인된 노 전 대통령에게 모여든 초창기 몇 안 되는 멤버 중 하나가 정 전 비서관이다. 이때 그는 무명의 노 전 대통령을 알아보고 과감히 뒷바라지를 했던 몇몇 참모를 보고 정무감각을 익혔다. 그들이 바로 대변인 기능과 언론 어젠다 세팅 전문가였던 현 유종필 관악구청장과 현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정무보좌역이라는 수상쩍은, 생기는 것 하나 없이 배만 고픈 명함만 있던 때였지만 '경제통' 정치인에 필요한 소중한 자양분을 얻은 시기다.

노 전 대통령 당선 뒤에는 청와대에서 국가경영의 근간을 체감했다.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시작해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 사회조정비서관 등에 연거푸 발탁됐다.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식견과 함께 노조 활동으로 얻은 노동 및 갈등 조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높이 평가된 것.

이명박 정부 탄생 이후 침잠하던 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총괄특보로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 지사가 당선되기는 했으나, 충청남도 정책특별보좌관을 잠시 지낸 외에 특별히 논공행상에서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다시 안희정 선거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매번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주군을 돕는 역할을 조용히 음지에서 처리해왔다. 또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특급 소방수'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포상은 늘 그의 것이 아니었다.

안 지사 곁에서 한자리 차지했을 법도 하다. 그보다 나이가 한 살 적은 안 지사를 배려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처음 노무현 캠프에서 실물정치를 배우고 대의를 논하던 인연을 직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이 그의 '염치'로 귀결된다.

지난 2012년 총선 때는 경기도 고양 일산동 출마를 내심 바랬으나 김근태 계열로 분류되는 유은혜 의원(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을 지냈다)에게 기회가 주어져 그의 야인 생활은 더 길어졌다.

이번에 그가 새 전투지로 점찍은 곳은 고양 덕양을이다. 새누리당 현역과 전투를 치르게 돼 같은 민주 동지끼리 공천 대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양은 19대 총선에서 전국 최소 표차 1위(고양 덕양갑)와 3위(고양 덕양을)를 기록할 정도로 여야 간 대결이 호각지세인 곳이다.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큰 지역 숙원 사업은 없으나, 중앙정치와 중앙경제에 좌우되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직장인층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젊은 직장인 유권자들에게 '경제통'이라는 정 전 비서관의 수식어가 충분히 매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을 터.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를 덕양을 접전지에 내보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