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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125] 웹 평등성 원칙, 장애인도 기회를 누리다 '웹와치'

장애인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웹접근성' 평가기관

전지현 기자 기자  2015.11.13 11: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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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 안드로이드보다 아이폰 IOS가 시각장애인에게 훨씬 편한 시스템이라는 걸 아십니까. 삼성보다 아이폰이 장애인도 웹에 접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월드 와이드 웹의 '평등성 원칙' 정신을 더 준수했기 때문이죠. 새롭게 생겨나는 물건과 환경이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인 것일까에 대한 정신이 깃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애인의 권리,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IT 분야 최초 사회적기업 '웹와치(대표 이범재)'의 존재 이유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웹와치는 장애인 IT 전문가 및 비장애인 연구원들이 사용성을 진단하고, 웹접근성 인증마크 발급을 평가하는 곳이다.

2006년 당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 있던 IT 비전문가 이범재 대표는 장애인시민운동 연장선상에서 웹와치를 시작했다.

이 대표 역시 소아마비 장애인. 장애는 사람의 신체와 기억에 기록된 역사로 본원적 공포가 존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인권문제에 앞장서 '웹접근성' 시장을 개척하게 됐다.   

웹접근성은 장애인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다. 웹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과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비즈니스가 됐다. 웹와치의 모기업격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웹접근성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인이 홈페이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을 파악, 2009년 웹와치 사업단을 발족했다.

◆장애인 감각과 관점에서 '웹접근성' 평가, '장애인이 곧 전문가'

한국은 지난 2005년 웹 접근성 관련 표준이 지정됐다. 지난 2013년 정보화 기본법 제정으로 지난해부터 가이드라인에 따라 웹접근성을 인증받고 있다. 2006년부터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을 통해 웹와치가 홈페이지 우수기관을 발굴하고 시상하며 민간 차원에서 부여했던 'wa마크'로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넓힌 노력의 결실이다.

이범재 대표는 "인권포럼과 웹와치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인증제도 발전시도를 지속했고 정부도 발행마크를 알리는 등 민간과 공공기관이 양대 축으로 노력해왔다"며 "큰 틀에서는 IT가 발달과 함께 기업들의 자기반성이 있었기 때문에 '접근성', '표준'이라는 개념을 적극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은 홈페이지 제작 시장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접근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웹접근성의 핵심은 시각 장애인들이 청각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비장애인인 엔지니어들은 정해진 기술로 프로그램만 만들뿐이었다.

이 대표는 "웹접근성을 평가하며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소비자 및 장애인 처지에서 직접 체험한다는 점 때문에 시장 속 '웹와치' 성공을 확신했다"며 "장애인의 감각과 관점에서 실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웹와치 내 평가와 관련된 현업부서에는 시각, 청각, 지체 등 각각 장애를 가진 이들이 14명에 달한다. 경영지원부서를 포함한 전체 인원이 24명이니 무려 50%가 장애인인 셈이다.

◆'평등성 접근성' 근본정신에서 멀어진 한국기업들…정부가 바꾼다

사실 한국 기업의 '웹접근성'은 문제가 많다. 팀 버너스-리에 의해 개발된 월드 와이드 웹은 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신이 깃들었기 때문에 초기 웹 개발을 이끌던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홈페이지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장애인 접근을 막는 기재 사용이 적다.

그러나 한국은 급속도로 IT 발달이 이뤄진 탓에 웹이 지닌 접근성의 근본정신에서 크게 벗어났다.

기술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다양성과 화려함만으로 사용자들의 시선을 끌며 마케팅 요소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홈페이지가 전개됐다.

이 대표는 "삼성처럼 모바일 폰을 팔아 세계를 지배하는 대기업조차 안드로이드에 웹의 근본정신을 담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며 "장애인과 노인이 사용할 때 어떤 가능성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즉, 기업은 가치와 인간성, 세상에 대한 꿈을 담아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것. 삼성 등 모바일 회사 및 SK텔레콤 등과 같은 네트워크 기업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장애인과 노인들의 사용'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반면, 정부와 유관기관은 이런 불평등에 대한 이해로 꾸준한 접근성 강화 시도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기업과 정부가 어우러져 웹이 가졌던 정신에 빠르게 다가가는 중이다.

이 대표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전반적인 웹접근성이 좋다할 수 없지만 법적, 제도적 노력은 좋아지고 있다. 정부기관 주도 아래 웹접근성이 지도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며 "정부기관, 대기업처럼 사회적 압력을 많이 받는 곳의 홈페이지 웹접근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제도적 뒷받침에 대해 안도했다.

◆"수익이 목표?…웹 접근성 시장 발전이 우선"

지난해 매출 18억원, 컨설팅과 마크인증을 동시에 진행하던 2013년도에는 연매출 25억원까지 기록했지만 '도덕적 해이' 문제로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하는 위탁기관업무만을 선택했다. 컨설팅 업무를 포기하자 매출이 급감했다.

돈을 벌기보다는 웹접근성이라는 가치 향상을 위한 이 대표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컨설팅 업무를 선택했다면 수익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웹와치만한 직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과 단순한 수익보다는 접근성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우선했다"고 답했다.

장애인이 인터넷 접근에 필요함에도 개발이 더딘 분야는 어디일까. 아쉽게도 언론이었다. 홈쇼핑도 꼽혔다.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시각은 그렇다 쳐도 청각으로 바꾸는 데는 매번 접근성 검토와 코딩으로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매일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정보가 이 작업을 거친다면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이들 산업은 장애인 이용환경을 높이기 위해서란 이유만으론 쉽게 시도하기 어렵고 재정적 부담도 클 것"이라며 "하지만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기관인 사회복지, 인권 시설 및 서비스, 문화 기관 등은 웹접근성을 충족시켰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 기관 사정을 잘 알면서 5~10% 비용이 증가하는 요구는 무리가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이어 "따라서 정부와 우리가 책임을 나눠 사회성있는 기관을 지원하길 제안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들 분야에 약 30% 지원하고 웹와치가 심사비를 적게 책정하는 등의 펀드를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장애, 사람의 신체와 기억에 기록된 역사…함께 풀어야할 과제"

이 대표는 웹와치를 통해 실현할 것이 아직 많다. 설립 배경이 장애인 인권운동이었던 만큼 '장애가 있으니까 일자리를 주는 것만으로 괜찮을 것', '저임금이라도 일자리가 있으니 좋을 것'이라는 장애인 스스로의 소극적 마음가짐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인 '웹와치'와 교류기업 안에서라도 장애인에게 동등한 발전과 평등한 기회 및 도전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간부터 시작된 접근성은 물건에 이어 가상공간까지 왔다. 가상공간은 계속 확장되고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웹이었고 이제는 앱이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모든 물건과 사물 인터넷 등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런 발전을 쫓으며 '접근성 문제'에 대해 계속 제기하고 새로 만들어가는 공간에서의 '접근성'에 대해 선도적 기업이 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이 대표는 "이 건물 4층에는 인큐베이팅센터가 있다. 장애와 접근성에 대한 인지가 높은 우리가 이 시장을 고민하며 더 많은 사회적기업을 키우려 한다"며 "장애인 식단, 생활, 체육활동 등 현재 전문화한 서비스 케어 분야인 '장애인 건강 관련 산업'과 '장애 교육기관산업' 등 두세 가지 분야의 사회적기업을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장애는 개인이 풀 문제가 아니라 사회화해야 하는 공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웹와치가 펼치는 심리치료 및 댄스 같은 체육활동이 그것이다. 

이범재 대표는 "몸과 마음에 새겨진 장애라는 상처와 기억을 공유하고 풀어가며 사회화시켜야 한다"며 "웹와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회에서 지원하는 가치(사회적기업)에 공감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비장애인은 비장애인대로 이 문제를 개인화하지 않고 공유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