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MB 정부의 실패작으로 거론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식 세계화 담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6개월의 대장정 끝에 지난달 말 폐막한 밀라노엑스포에서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은 230만명, 하루 평균 1만여명 꼴로 전체 엑스포 방문객의 10명 중 하나는 우리의 맛과 멋을 느끼고 간 셈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물론 미래의 건강한 먹거리로서 한식이 가진 장점을 강조하고 글로벌 진출을 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창조경제의 새 동력원으로 삼자는 시도 자체를 모두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면밀한 노력과 현지화라는 바탕을 깔지 않고, '김치를 아는가?' 혹은 '불고기 좋지 않나?' 아니면 '우리도 할랄푸드 만드는데 사 가지 않겠나?' 식으로 저돌성만 앞세운 영업에 나서서는 MB 정권의 한식 세계화 추진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10월에 나온 국회 입법조사처의 '김치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김치 수입액은 2010년 1억2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2014년(1억440만달러)까지 매년 1억달러 선을 유지했다.
반면 김치 수출액은 2012년 1억660만달러 이후 2013년 8920만달러, 2014년 8400만달러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관련 영역 무역적자는 2012년 420만달러에서 2013년 2820만달러, 2014년 2040만달러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보고서는 정부가 2008년부터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김치 수출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우리가 밥을 주식으로 하고 각종 반찬을 곁들이는 식으로 여러 나라를 일률적으로 대하고 있으며 우리가 맛있으니 밖에서도 어느 정도는 먹히지 않겠냐는 국수주의 우려마저 든다. 이를 털지 않고서 다시 한식 세계화 추진에 발동을 걸자는 여론이 이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못 사는 여러 후진국에 한국식 쌀국수를 대량으로 뽑아내 증여하는 등으로 거국적 견지에서 한식 수출과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공헌 의무 이행을 함께 노려보자는 안을 건의하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국민 1인이 연간 쌀 한 가마니(80kg)도 소비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반면 2000년 이후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0~35kg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다. 1인당 라면 소비량도 연간 75~80개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남은 쌀을 그냥 바다에 처넣자는 재고 관리안이 국정감사장에서 거론됐다는 흉흉한 소리마저 나온다. 물론 여론상 문제가 클 것이라 안 된다는 완곡한 해당 관청의 거절과 설명 끝에 없던 일로 됐다고는 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턱 밑까지 달했음은 이런 에피소드만 놓고 봐도 분명해 보인다. 국내 저소득층에 증여하거나 할 수도 없다 한다. 국내 쌀 가격 전반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심성 행정의 도구로 쓸 수도 없다는 것.
이런 점에서 쌀 재고도 줄이고 라면을 좋아하는 우리 정서에 부합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쌀국수 개발 시도가 있었고, 소기의 기술력 확보 성과도 이미 있었다 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이미 쌀가루가 원료의 절대 다수를 점유하는 쌀국수와 글루텐을 넣지 않은 쌀식빵 개발을 완료, 발표한 뒤 식품업체에 기술 전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식연이 개발한 쌀국수는 쌀 함유량이 80%로, 면발이 쫄깃하고 속이 편한 식감으로 당시 시식회에서 제품화해도 될 정도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가 매긴 점수가 5점 만점에 3.5점 이상이면 제품 출시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3.8~4.2점을 받았다 한다.
이런 지혜를 다시금 소환해 재고 쌀을 쌀국수로 만들어 무상으로 공여한다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글로벌화에 한계가 있는 김치로는 도저히 한식 세계화 견인이 안 된다는 건 이미 확인됐다. 차라리 김치는 반찬으로 거들 뿐, 쌀국수에 승부를 걸어 보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여러 가뭄 지역이나 전란으로 갑작스레 난민이 넘쳐나는 지역 등에 쌀국수를 보내 준다면, 언젠가 그들은 베트남 쌀국수와는 뭔가 다른 맛이었던 한국 쌀국수를 고마움과 추억의 음식으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