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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희생 부활 시도' 삼성, 관치금융에 제동?

기촉법 일몰 우려에도 저가수주 제동론 등 악폐 여전…'민간' 비중 키울 묘수 이재용 행보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1.10 11: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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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수출입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기준 수정 움직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제도 삼성중공업 방문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주식 사주기 운동 시작…. 조선업을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굵직한 뉴스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천문학적 지원에도 좀처럼 기력을 차릴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기준 보유한 일감 366억달러어치 중 해양플랜트 비중이 243억달러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 유가 하락 가능성과 이에 따른 플랜트 인도 차질 여파로  회사 수익성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 등 여러 한계 산업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 주문이 연일 나오고 있고 청와대와 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는 시도들이 거론되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일몰 시점이 연말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국이 국정교과서 문제로 냉랭해 좀처럼 순조로운 이 법의 상설화 시도 안건이 연재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점과 맞물린다.

기업 구조조정에 전가의 보도로 쓸 수 있는 기촉법이 이번에도 상시법으로 안착하는 데 실패하면, 결국 다른 관치 수단을 등장시킬 수밖에 없다.

기촉법 없어도 수주 상황 'RG' 틀어쥐고 흔들겠다?…'모피아'식 오만의 극치

그 구체적인 움직임이 바로 좀비기업에 대한 손보기 방침이 연일 매스컴을 타고 있다는 것, 또 조선업 등에 대한 개별적 압박을 예를 들자면 우리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 수송선 등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는 업체에 지급보증(RG) 제한을 걸겠다는 움직임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더 나아가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금융(을 통한 관치)의 과도한 개입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해운 경기 흐름에 좌우되고, 이는 글로벌 경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기 극복 결과물을 단기에 내놓고자 지나친 몰아붙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까지 이어진다.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도려내기를 할 필요도 높지만, 그 외에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지나친 수술까지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본지에서도 몇 차례 다뤘지만, 기촉법이 마땅히 있어야 구조조정이 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 알스톰 지원과 회생 성공에서 보듯 반드시 필요하다면, 재량의 0으로의 수축 이론에 따라 당국이 얼마든 호의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 부당한 무역 보조금 지원이라는 등의 공세를 펼 근거도 희박하다.

기촉법을 이번 일몰 기회에 완전히 없애고,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서의 특권적 지위를 내려놓는다 한들 앞으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금융위원회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는 민간이 서로 대등하게 시장의 논리에 가장 기초를 두고 서로 해결안을 내놓아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유효한 주장으로 읽힌다.

이런 주장은 기촉법이 금융 관료가 금융기관을 중간에 내세워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악습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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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치의 수단인 금융 통제, 그리고 조선업 등에 대한 각종 산업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틀어쥐는 관료적 일처리 추진 바람 속에서 민간이 완전히 제 목소리를 내기도 또 어려운 상황이다.

각 업계에서는 사정기관에서 시도한 포스코에 대한 먼지털기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난 정권 인사들에 대한 손보기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번 정권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이슈들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경영판단이론의 가장 대표적 케이스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배임죄 문제에 대한 사면장을 끝끝내 내주지 않는 점 등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죄질이 훨씬 좋지 않은 SK 등 여러 사례 대비 '기업을 살려보겠다는 취지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걸린' 경우를 제약하면서 지금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는 식으로 외치는 것은 결국 관치 구조조정과 산업의 재편 외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것.

이런 터에 이 부회장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방문을 두고 현장경영의 하나로 풀이하는 시각 외에 다르게 일을 보자는 해석론도 나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설은 이미 정부도 무시하기 어려운 삼성의 힘이 이런 상황에서 움직여 준다면 민간이 상당한 주도권을 쥐는 업계 재편이라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뿌리를 둔다.

수주 포트폴리오가 중복되지 않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는 방안이 논해졌던 것도 겹쳐보자면, 삼성이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이쪽에서 찾아볼 가능성이 0가 아니라면 주지할 필요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최근 경제기조는 내수진작이다. 최고의 기업인 삼성은 근래 연이어 여러 사업을 매각해왔다. 정부 방침에 기업이 모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건 아니나, 3세 경영 승계 와중에서 그리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삼성이 조선의 재편 와중에 역할을 한다면 이는 어쨌든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성급한 해석이 나온다. 거친 표현이나 정부와의 대국 바둑판으로 비유하자면, 하나를 내 주고 하나를 얻는 식으로 삼성이 정부 기조에 호응할 여지도 있고, 삼성이 하고 싶은 대로 어디까지나 미래 전략 차원에서 집을 지어나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조선업계 더 나아가 한국 산업계로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후자의 기조를 택한다면 삼성은 큰 이정표를 세우게 돼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훗날 이 시기를 자기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일반을 깔끔하고 대범하게 처리한 성공의 해로 기억하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민간 중심 경제구조의 틀을 지켜내는 데 일조한 위대한 기업으로서의 원년으로 뒤돌아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