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생계형 흡혈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창작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가 지난달 23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중이다.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는 불멸의 존재이자 루마니아의 로열 패밀리였던 뱀파이어 가족이 인간의 공격으로 백작(아빠 뱀파이어)이 죽은 뒤 생계를 위해 한국의 '드림월드' 유원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아낸 창작뮤지컬이다.
불사의 몸을 가진 흡혈귀 가족에게도 인간세상에서의 삶과 사랑은 힘겨움 그 자체다. 특히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유쾌하고 간결하게 풀어냈으며, 극 중의 독특하고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 속에서 각박한 현시대를 살아내는 우리들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극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까다로운 성격에 비현실적인 사고를 지닌 엄마 '쏘냐'는 영화로웠던 과거의 세월을 잊지 못하며 텔레비전에만 빠져 산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인 아들 '바냐'는 드림월드 사장의 부인 '미봉'을 남몰래 좋아하며 몽상가로 살아간다. 가장 현실적인 막내 딸 '아냐'는 우유부단한 오빠와 향수병에 걸린 엄마 사이에서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나가려 애쓴다.
극은 빚에 쪼들린 '드림월드'의 철거 소식으로 시작된다. 살길이 막막해진 건 드림월드의 사장 내외뿐만 아니라 드림월드에 둥지를 틀고 산 흡혈귀 가족의 삶을 위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는 지난 2010년 동명의 연극 작품으로 공연된 바 있으며, 그동안 소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웅장하고 다양한 무대를 통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또한 휴머니즘을 더한 스토리와 정통 브로드웨이 음악의 절묘한 조화는 시공간을 초월한 극 중 흡혈귀 캐릭터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부각시킨다.
제작자이기도 한 이용균 연출의 손을 거쳐 탄생한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는 극 중 등장인물들의 사랑, 시련, 좌절 등을 통해 냉혹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을 관람했는데 어느새 내가 극 중의 한 사람이 돼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뛰어난 가창력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아냐역을 맡은 한수림 배우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며 "극 중 아냐의 현실적인 삶은 비정규직의 아픔을 잘 그려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