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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드러난 여수 한영대학의 '학점 퍼주기'

학생들 "출석 안해도 성적 부여" 증언…'학점 장사' 의혹 녹취록도 공개

지정운 기자 기자  2015.11.05 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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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여수 한영대학이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을 주기위해 학점을 조작하는 등 편법적인 학사 운영을 해왔다는 학생들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또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아도 학점과 장학금을 주겠다'는 취지의 학생 모집 진술이 담긴 녹취록도 함께 공개되며 대학 측의 '학점 장사'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4단독(판사 강효원)은 4일 여수 한영대학 스포츠 건강관리학과 A교수에 대한 심리 공판을 진행했다. A교수는 현금과 상품권 등을 받고 학점을 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학과 학생 4명은 모두 "A교수의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고, 리포트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치른 적이 없는데도 C학점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한 학생은 "시험을 제 시간에 치르지 않고 다음날 학과장실에서 감독자도 없이 시험을 치렀다"고 말했고, 증인으로 나선 B학과장은 "A교수를 도우려고 시험을 치지 않은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별도로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쓰지 않은 리포트가 제출되어 있었고, 시험을 안 본 과목은 나중에 학교에서 연락이 와 답안지를 작성해 제출했다. 출석을 안했는데도 B학점 이상을 받았고,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교 측에 제출한 것으로 돼 있는 리포트가 증거로 제시되자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또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보면 2014학년도 1학기 이 학과를 다닌 모든 학생이 A교수의 수업에서 C학점 이상을 받았다.

이 학교 학칙의 경우 수업 시수의 3/4을 채우지 못하면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박탈돼 F학점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선 학생들은 "A교수의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았다"고 말했고, 학칙에 따라 F학점을 받은 학생은 없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학교를 잘 다니지 않아도 학점과 장학금을 주겠다'며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담긴 B학과장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B학과장은 "교수님이 (F학점을) 때리면 이 애들이 단체로 나를 걸어. 너는 학교를 안 와도 학점 준다 해놓고 다른 교수님들 책임을 질께, 학점 준다, 해놓고. 이거, 데모 해버리면 저는요 오히려 내가 사기죄로 걸려 들어가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학과장은 법정에서 "그렇게 말한 사실이 있다"며 "제가 '학점을 잘 줄테니까 우리 학교에 와달라'고 사정을 했기 때문에, 이 애들이 나중에 저한테 '교수님이 결석을 약간 하더라도 수업을 잘 안 받더라도 학점을 잘 주신다더니 왜 F를 줬느냐'고 하는 원망을 듣기 싫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B학과장의 녹취록에서는 등록만 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소위 '유령학생'을 연상시키는 발언도 나왔다.

B학과장은 녹취록에서 "교수님이 알다시피 학교에다 나는 말 못해요. 90% 이상이 대가리가 없잖아요, 우리가"라고 말했지만, 이 발언의 의미를 묻는 판사와 변호인의 질문은 회피했다.

이에 앞서 A교수는 지난 학기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55명 중 무려 39명에게 무더기 F학점을 주며, 이들을 '유령학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A교수는 "그동안 학교를 다니지도 않은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을 줘왔지만 이번 학기에는 학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F학점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