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 대책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통장 개설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통장개설 목적 확인제도'라는 통장개설 증명 목적을 강화하는 절차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장 개설 시 사용목적을 은행 측에 밝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만 통장을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은행들이 짧은 기간에 많은 통장을 개설하는 등 대포통장 개설이 의심되는 금융소비자들 대상으로 금융거래목적확인서 및 증빙자료를 요구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모든 소비자로 확인절차를 확대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통장개설을 위한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구비서류 등으로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신한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금융거래 목적은 △급여 △법인 △모임 △공과금 이체 △아파트 관리비 이체 △아르바이트 △사업자금 △연구비 등 8가지로, 각각 요구하는 증빙서류가 다르다.
급여계좌 통장 발급을 위해서는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표 등이 필요하며 아르바이트 계좌를 개설하려면 △고용주의 사업자등록증 사본 △근로계약서 △급여명세표 등 고용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신청확인서 등 서류작성도 필수다. 확인서는 △거래신청서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 △개인정보 필수적·선택적 동의서 △개인회원 가입신청서(현금카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동의서 △필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동의서 등이다.
여기에 미국의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FATCA)에 따른 한·미간 정부 협정에 따라 관련 서류도 추가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장 개설 절차가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은행의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사기 발생을 막기 위해 금융서비스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니 소비자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한편, 대포통장 소유주나 전자금융사기범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 대여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위법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수백만원의 벌금만 내고 풀려나거나 집행유예를 받는 정도의 처벌에 그치는 수준이라, 정책당국의 대포통장 근절 의지의 진정성까지 도마에 오르내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비자 불편은 외면한 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한 추가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