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주특별자치도의 '액수 못박기' 조례가 헌법학계의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이렇게 제주도의 권한을 극히 부정하는 조례를 지방의회가 제정한 것에 대해 관가에서는 심했다는 평가가 나돌고 있다. 단순히 굴종을 강요하는 정도가 아니라 집행부에 대한 민의기관의 과도한 공세로, 지방자치의 전체 틀에서 볼 때 용인하기 어려운 시도이기 때문에 이를 대법원에 제소해 불가능한 조례라는 심판을 받아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9일까지 원 지사 측에서 제소 결심을 굳힐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상황과 배경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점잖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도백을 도백으로 인정하지 않고 매번 몽니를 부리는 괸당 정치의 도의회 풍토를 법리적으로 공격해 전국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 문제를 지켜봐 온 한 공직자는 제주도에서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거나 의회 측 제정 노력에 방해를 한 등은 없었던 것으로 태도를 요약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초 보훈 당국에 제주 지역 참전용사 등 보훈대상자들이 혜택 강화를 요청했으나 예산 문제로 바로 처리되지 못해 왔다고 한다.
참고로 이번에 원 지사는 초선으로 당선돼 약 1년간 일해 왔다. 이 와중에 제주도의회에 청원을 내겠다는 접촉이 있었으며, 청원 대신 조례로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을 박규헌 도의원이 의협심에서 택해 여러 지역 정치인들을 설득했고 도에도 이 같은 취지가 전달됐다는 것.
제주도에서도 마침 등장한 새 수장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예산 투여와 집행에 적극적 기조를 밝혔다. 다만, 제주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예산 투입의 불필요 기조에서 제약을 하기 위해 규칙으로 그 세부 집행 범위 등을 요청한 게 아니고, 다양한 방법론적 융통성을 위해 규칙으로 빼달라는 뜻을 도의회에 타진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도의 의중은 그러나 도의회에서 상당한 반발을 했고, 결국 액수를 특정하는 쪽으로 못박아 결국 최종 통과시켰다는 것.
당초 지역에서는 6월 호국의 달과 사망시에 지급하려던 첫 구상에서 도의회가 매달 수당과 사망시 위로금 쪽으로 결정했고, 이에 대해 도에서 반발하는 것을 놓고 원 지사가 심하다는 해석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외형만 놓고 보면, 조례안에서 더 많이 주겠다는 안으로 수정해서 반발하는 것으로 도가 오해와 공세를 받기에 딱 좋은 형태가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원 지사로서는 매번 도의회의 몽니에 시달려 왔다. 또 카지노 정책 등에 대해 무분별하게 당장의 개발과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일정한 제어를 통해 장기적으로 건강한 제주 경제를 만들어 가자는 입장에 대해 지역 정치인 일각에서 날선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찬반 양론 모두에게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고립무원 상황에 오히려 도에서 적극적 협조와 공감대 확인을 해 줬으나 결국 정치적 논리로 도의회의 일처리가 이렇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상황을 백브리핑하는 차원에서라도 또 다른 분쟁을 진행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액수를 특정하는 식의 못박기 조례가 과연 위법인가 합법인가 다툼을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법리 공방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제23조에서 지자체의 장은 법령이나 조례가 위임한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규칙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제2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지자체는 집행부(흔히 도청으로 대변되는 '도')와 대의기관('지방의회')을 통괄하는 단어로, 조례를 제정할 권한은 이 중 민의기구에 속한다.
그런데 원 지사가 비단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집행을 바랐다면 이는 문제다.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해 일정한 재량을 위해 규칙으로 원했다면, 기술적으로는 원 지사가 오히려 도의회의 이번 조례보다 더 많은 지급 방안을 골자로 하는 규칙을 만들어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경우, 조례의 액수를 명시한 뜻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문제를 지적하려 들 것이고, 조례에는 위임 내용이 명확치 않으니 도에서는 지방자치법 제23조 정면 위반은 아니라고 반발해 갈등을 빚으면 된다는 것이다.
설사 이것이 조례에 대한 도전으로 무효라는 논리가 성립하는 듯 보여도, 실상은 더 많이 주고 싶었던 도의 방침에 대해 도의회가 액수 특정을 통해 '오히려 주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실태'를 만들었으니 이는 조례의 실질에서 주민 권리 제한이며 법률 위임 문제를 따져 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스스로 도민의 이익을 위한 도의 노력을 묶어 버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조례를 만든 횡포 내용을 전체적으로 법정 공반전으로 심판받는 강수를 원 지사가 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원 지사가 다소 변칙적인 방법이나 주변에 폐를 끼치는 길을 택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부인이 의대 교육과 수련 과정상, 무급으로 병원 근무를 하게 돼 검사 급여만으로는 생활과 비용 조달이 어려워졌을 때 다른 여러 방법으로 주변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었으나 스폰서 논란 등을 우려해 전도양양한 검사의 길을 버렸다는 일은 이미 유명하다. 도청 근무 공직자들이 이 분쟁을 지원하느라 여럿 고생하고 지역 정치인들과 척을 질 것도 그가 선택지를 고를 때 문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변칙적 방법론으로라도 도의회가 보훈 문제에서 자승자박하고 있고 실상은 대상자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예우를 하자는 원론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는 절박성이 있어, 도의 선택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