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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원의 갑질'에 멍든 신안군 노인의 날 행사

여당의원 “내가 칼을 뽑으면 다 죽는다”···군수 “나를 겨냥한 말이냐”

나광운 기자 기자  2015.10.28 18: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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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신안군이 10월 노인의 달을 맞아 각 읍·면별로 노인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의 축사를 두고 한차례 홍역을 앓았던 신안군이 여당 의원의 끈질긴 뒤끝으로 시끄럽다.

신안군은 읍·면의 노인회와 자생단체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민간경상보조금을 지원하고 군수와 관련 부서 공무원이 참석해 축하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노인인구가 34%에 이르는 신안군의 노령화 속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인들의 구애작전도 치열해 행사 때마다 출마 예정자들의 얼굴 익히 기와 본인 홍보가 가열되고 있어 지역 어르신들의 눈총을 사는 일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도초면에서 개최된 행사에서는 새누리당 주영순(비례) 의원이 "신안군은 전과자들이 정치를 해 신안군이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해 지역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켜 신안군에서는 이후 행사에서 정치인 및 군수의 축사 순서를 배제하고 있다.

주영순 의원의 이날 발언 배경을 두고 지난 13일 흑산면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윤석(무안·신안) 의원의 불참으로 비서진이 축사를 대독하는 과정에서는 주영순 의원의 다음 순서로 진행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날 14일 장산면의 행사에서는 주 의원의 불참으로 부인이 대신해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했는데, 군의원의 인사말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것에 대해 주 의원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후문이다.

이후 진행된 행사에서 정치인들의 지나친 신경전으로 장시간의 연설과 치적 쌓기식 발언이 이어져 참석한 노인들이 힘들어하고, 정치적인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여론에 축사를 배제했으나, 이번에는 일반 군민이 지켜보는 도선장 난장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28일 안좌면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압해도 송공항에서 만난 주 의원과 고길호 군수가 가벼운 덕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앙금이 돌출돼 언쟁이 높아지고 장산면이 주 의원의 고향인데 부인의 순서가 마지막이었던 것에 서운함을 드러내자 고길호 군수가 축사 순서에서 빠져 있는 주 의원의 부인에게 인사말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로 비서진이 단상으로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난상 언쟁으로 주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비서진들이 서로를 떼어놓는 과정에서 주 의원이 "내가 칼을 뽑으면 다 죽는다"는 협박적인 말을 던져 이를 들은 고길호 군수가 "그 칼이 나를 향한 것이냐"고 묻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극이 일어 주변에 있던 주민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확산되면서 여당 국회의원의 갑질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표를 얻어 중앙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본인의 치적 쌓기와 홍보는 당연한 일이지만 유권자이면서 어르신들인 지역 노인의 날 행사 순서를 두고 이번과 같은 지나친 행보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