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전 세계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분노가 거세다. 배출가스 대기오염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속임수를 쓴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80년 가까이 쌓아온 명성이 바닥으로 추락하는데 8분(?)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확산일로에 있다. 각국에서 조사와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고 △관련 차량의 리콜 △주주 소비자의 피해구제 소송 △각국 정부의 심사와 청문회 △징계 등의 험로가 놓여 있다.
시장에서의 신뢰상실,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경영진 책무에 대한 불만, 각종 이해관계자의 피해와 향후 예상되는 소비수요 감축까지 감안하면 파급 손실이 얼마나 될는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 사태로 사임한 전임 CEO는 이렇게 큰 규모의 불법행위가 폭스바겐그룹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심정이라는 보도다. 속임수를 쓴 책임이 임직원 누구에게 있는지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다. 물론 전임 CEO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기업 구성원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범하는 치명적 착각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결코 발각되지 않으며 조직이 보호해 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이다. 기업활동 특히 비윤리성에 대한 사회감시망이 보다 촘촘히 널리 확산되고, 처벌의 강도가 크게 강화되고 있음을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의사결정에 있어 착각이나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이 외부의뢰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 등에서 범죄혐의를 수사한다고 하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새로 선임된 CEO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신뢰회복을 들고, 앞으로 최고의 투명성, 가장 엄격한 준법경영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CNN머니가 지난 9월 중순 최근 세계에서 파문을 일으킨 화이트 칼러 범죄, 기업스캔들 7대 사례를 꼽은 바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였던 엔론, 월드콤, 올림푸스 등의 사례에 앞서 1순위로 폭스바겐 사태를 자리매김 했다. 앞으로의 험로를 가늠케 한다 하겠다.
오늘 날 기업은 예측하지 못한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상시적 위기에 직면한다. 기업경영 리스크도 글로벌화, 복잡화되는 추세다. 경영 복잡성이 증대하고 재난·재해와 같은 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CEO의 중요한 책무는 이런 위험요인을 파악, 관리, 제어해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고 가치관을 실현하는 데 있다. 이번 사태처럼 CEO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주의의무, 충실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능력이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불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나 미국 등의 기업에서 발생했던 부정비리 대형 사건들 가운데는 비윤리적인 CEO와 도덕수준이 떨어지는 임원들이 이들 행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법정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능력에도 많은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폭스바겐의 경우 준법, 윤리경영을 강조한 CEO의 의지와는 달리 부정, 불법행위가 조직 내에서 자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 이해관계자 관리에 있어 합법성과 대리인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주주나 투자가, 소비자, 딜러에게 경제적 손실을 줬고, 과장 내지 허위 광고 뿐 아니라 컴플라이언스를 위반했다. 게다가 오염 배출량을 속여 환경오염과 국민 건강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윤리경영은 부지불식간 실천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차제에 우리기업은 압축성장 시대에서 답습된 경영행태와 비윤리 행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윤리경영을 진솔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말로만 강조하거나 홍보용으로, 애만 쓰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속이 빈 자루가 반듯이 서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높은 평판과 신뢰를 쌓은 글로벌 기업일수록 엄격한 윤리기준을 실천함으로써 경제사회에 높은 만족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