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칼럼] 이젠 그만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요?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기자  2015.10.26 15:10:1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서울에서 개최된 제16회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수상은 "변화에 저항해도 언젠가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결국 시간을 놓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황에 발맞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곧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옛 것만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 문제 없이 잘 흘러가고 있는 것에 변화를 더할 경우, 예상치 못하게 불어 닥칠지도 모를 역풍을 걱정하는 것이다.

한 예로 11년 전인 2004년 7월1일 이명박 前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버스환승제가 시작 되었는데 처음에는 어찌나 반발이 심했던지 모두 기억할 것이다. 버스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을 여러 번 갈아타야만 하고, 익히 알고 있던 버스 번호체계를 다 바꾸는 바람에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 지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버스환승제는 정착이 됐고, 지금은 모두들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제도가 됐다. 이런 예는 비일비재하다. 언제라도 없던 것을 새로이 시행할 때마다 크고 작은 반대에 부딪치곤 한다. 물론 새로이 시행하는 모든 것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전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소수의 의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즉,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포기해서도 안 된다.

지금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미 설악산에는 권금성산장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설악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권금성산장을 오를 때 케이블카를 이용하다 보니 등산로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과거에 등산객들이 다니던 등산로를 찾을 수가 없다.

또한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스위스를 가보면 어느 곳이나 등산열차나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등산열차를 이용하게 해 관광객들이 자연을 훼손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예로 그 동안 고객은 그들을 돕고자 하는 감정노동자들에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마치
교관들의 '불체포특권'처럼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소수의 못난 고객들의 '갑질'로 인해 상처를 받는 노동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무조건 고객들을 보호하기에만 급급했던 정부와 사회단체들도 감정노동자들에게 언어폭력을 구사하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극소수의 못난 고객들을 단죄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여러 개의 감정노동자보호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에서는 '고객 응대 업무에 주로 종사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도록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가 관행적으로 행해왔던 많은 것들이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2003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의해 2004년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주5일제가 도입된 지 1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도 관행적으로 주 5일 근무를 한 근로자들을 추가로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도록 강요하는 곳이 있다.

바로 유선인터넷 고객들을 위해 일반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고객센터 상담사들이다. 기업에서는 토요일 오전 3시간만 근무하는 것이니 별도로 팀을 구성하지 않고, 쉼 없이 주 5일 근무를 해 지친 상담사들로 하여금 돌아가면서 토요일 추가 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추가 근무수당이야 주겠지만 상담사들도 주말에 출근하게 되면 강도 높게 5일간 근무하며 쌓인 피로가 해소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됨으로 다음 주 고객응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긴급을 요하는 고장 장애를 처리하는 기술상담실은 24시간 365일 근무하기 때문에 정말 급한 용건은 기술상담실이 해결할 수 있다.

유선인터넷센터와 함께 주말 근무를 해오던 무선 통신 고객센터와 금융기관 고객센터 등 대부분의 고객센터는 필요성이 희박해 주말 근무를 폐지한 지 오래됐다. 이에 통신 3사 유선인터넷 상담센터는 토요일 오전 일반상담이 필요한 지 필요유무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토요일 오전 근무 폐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주기를 권한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