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26 09:16:08
[프라임경제] 사설 모집업체가 학생들을 물어 나른다? 우리 정서상 대단히 거북한 표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따지고 보면, 대학이나 각종 학교 등 교육기관 또는 학원 등이 모두 자기 학생을 모집하는 데 기울이는 힘을 아웃소싱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면 나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창조경제스럽게' 순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바로 평생교육법 그리고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 등에 기초해 운영되고 있는 평생교육원, 특히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들의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직원이 공들여 처리해야 할 학사관리 중 일부인 모집 업무를 사설모집대행사들에게 편리하게 맡겨 버리고 있는 것.
사실상 이들 평생교육원 중 상당수가 남의 콘텐츠를 사다 틀어주는 데 머무는 등 교육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과 겹쳐 보면, 문제는 결국 학벌주의 사회의 병폐를 해소해야 할 평생교육의 첨병인 평생교육원이 오히려 대학 산하기관이라는 간판을 걸고 대충 학점은행 장사를 하는 모순의 선두주자 역을 하는 셈이다. 학벌주의에 편승해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평생교육원과 학점은행제의 결합은 현재 여러 난제를 낳고 있다. 중간에 어느 정도 쌓인 학점으로 대학 학사자격 인증이 아니라 전문대 졸업과 동등학력을 인증까지만 받고 이탈할 수 있다는 점, 혹은 이를 활용해 일반대학교 3학년으로의 편입 가능성이 생긴다는 게 문제의 뿌리다.
이를 모르지 않는, 혹은 악용하기 좋겠다고 여기는 평생교육원, 그리고 이들의 일을 대신하는 홍보 대행업체들의 홍보도 여기서 시작된다. '총장 명의 졸업장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한(사기성 짙은) 유혹에서 시작해 '아니면 전문학사 자격을 채우면 바로 명문대 편입을 노려 보라'는 대안을 거쳐, '그냥 여기서 받은 걸로 대졸이랑 같이 대접받을 수 있다'는 컨베이어 벨트에 막 20살, 대입 실패 등으로 갈 곳이 없는 젊은이들을 올려놓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정치권과 교육 당국도 모르지 않는다. 지난 5월12일 여러 언론이 당국이 사설모집업체에 대행을 맡기는 자체를 막고, 1년 내에 대학 학위취득 등 허황된 광고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대서특필했던 바 있다. 당국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뿐만 아니라 그 시행령 등에도 개정 노력을 기울여, 세부적으로 제도를 뒷받침하고 이런 의지를 시장과 교육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대행 제도를 없애고 기관의 자이 직접 학생을 모집하게 하며, 정보공시 등을 통해 과장된 광고 대신 내실있는 운영을 보여주도록 정책 강제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런데 엉뚱한 영역에 문제가 숨어있는 것으로 발견됐다. 이는 자칫 한두개 이슈를 망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체계상 동력을 떨어뜨리거나 모순을 발생시켜 법 개정 노력 자체를 물거품으로 돌리고 법 '존재의 이유'를 증발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의 3월27일 개정 결정(시행 9월28일) 당시 새롭게 삽입된 조항인 제4조의2는 '학습과정 운영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도록 의무 부과를 하는 근거 규정이다.
허위성 광고가 치열해지는 이유인 대행사에 학생 모집을 맡기는 문제에 정면 규제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학생들의 선택권 침해를 막을 공시 제도 의무, 이를 어길 경우 벌점 부과 및 이것이 누적된 경우 영업 정지 등을 하도록 하는 현장업무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모든 걸 담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고 여기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규정'을 두고 이에 따르라는 의무를 법에서 밝혀 둔 것이다.
이 조항 제1항은 실제로 이런 준수 의무 규정으로 돼 있다.
이하 이 법 제5조에서는 평가인정의 취소 등을 논의하는데, 제4조의2 제1항 위배의 경우 등 몇개 부분에 대해 인정 취소, 운영정지 등을 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주지하다시피, 학습과정 운영에 대해 당국이 규정을 통해 강력하게 응징할 뜻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고, 실제로 지난 5월 배포된 교육부 보도자료에 함께 실려 기자들에게 전달된 규정의 내용에도 운영기관의 장은 직접 학생을 모집할 것, 과장된 광고 등을 하지 않을 것 등이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처분은 결국 법 제4조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고 이것에 대해 재차 확인한 실무규정이 제5조라고 이해된다.
문제는 제4조의2 제1항에서 운영에 관한 규정, 즉 직접 학생을 모집하거나 광고를 진실된 내용을 기반으로만 할 것 등을 어기면 벌점 부여, 이 점수 누적에 의한 영업정지 등이 가능한 근거의 첫머리를 밝히고 이는 다시 같은 조문 제4항으로 흘러갈 때 교묘한 독소조항을 만난다는 점이다.
훑어보기엔 전체 구조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제4조의2에서 5조로 흘러가는 고리가 교묘하게 끊겨 있다는 '4항의 역할론'이다. 이 조문의 제4항은 '제1항에 따른 학습과정 운영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학습과정 운영의 개선이 필요한 교육훈련관의 장에게 개선권고, 개선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명령이라는 단어에만 주목하면 '강제력 발동권'으로 생각해 영업정지 등을 당연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으로 '개선을 위한'이라는 전제에 걸린다. 결국 잘못에 대한 '응징과 벌'에 해당하는 조항(예를 들어 정지나 과태료)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조항은 (일정 기간) 문을 닫으라든지 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개인의 이익을 해치는 침익척 행정처분은 복지나 후생을 제공하는 경우보다 의심없이 명확히 내용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
오히려, 이 제4항이 없었다면 제1항에서 모든 걸 담았다고 볼 것인데, 사족을 넣은 셈이며 그 사족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규정에 제시된 각종 세부적인 징계 조치들을 단행하는 것은 모순이며 규정은 결국 위임한계를 이탈한 것이고, 그 행사는 위법무효인 침익적 조치로 행정소송 거리마저 될 수 있다.
이렇게 독소조항이 들어감으로써, 사실상 제4조의2는 정치권과 당국의 학점은행제를 시행하는 많은 평생교육원들의 병폐 해결 노력 전체는 무력화됐다는 논란을 낳게 됐다. 그렇잖아도 당장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길 홍보대행업자들이나, 대학에 돈을 벌어다 주는 황금방석을 내놓기 싫었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들이 현재와 같은 학점은행제 유지를 바라는 와중이다. 이들에게 작더라도 소송의 빌미를 주게 되면, 가처분 등을 병행하면서 긴 싸움을 지속할 고마운 상황이 된다. 이들로서는 무조건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행태가 유지되는 측을 돕기 위한 '원샷원킬' 조항이 들어간 묘한 상황, 단순한 입법상 사족 실수로 보기엔 교묘하면서도 파장은 크다는 점에서 빠른 손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