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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은행제, '대학 주요 돈줄' 부각…위상 왜곡 우려

"567개 인증기관 한해 수입 5000억…7년간 학사관리 부실 174곳"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25 1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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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학점은행제가 대학의 돈줄로 부각되고 있다. 대학들은 이미 평생교육원, 전산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평생학습기관을 운영해 왔다. 부실한 산하기관을 통해 대학 명성에 기대 일종의 졸업장이나 수료증 장사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대학 교육에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영역 즉 IT나 요리 등 여러 분야에서 틈새시장으로 나갈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등 순기능이 더 컸다.

하지만 1999년 학점은행제가 본격화되면서 문제가 달라졌다. 평생학습원들이 학점은행제 시행기관으로 이중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평생교육법상 기구 역할보다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테두리에서 돈벌이를 하는 데 급급한 쪽으로 위상 왜곡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대학들이 학점은행제를 시행하는 데 자기 평생교육원들을 내몰고, 또는 새롭게 평생교육원을 세워 시장 개척에 골몰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학점은행제 운영 실태점검 현황'에 따르면 학점은행제 인증기관 567개의 한 해 수입이 5000억원에 이르고, 지난 7년 동안 학사관리 부실 등으로 적발된 기관이 174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이 크고 부실화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아예 건학 이념을 망각하고 돈벌이에 질주하려는 게 아니냐는 교내 비판 여론까지 일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고 싶은대로 일을 벌이는 허울좋은 우회 루트로 학점은행제가 악용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학교법인 배화학원은 지난 6월5일 이사회에서 법인 정관 1조 '이 법인은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이념과 기독정신에 의거하여 여성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여성'이라는 낱말을 빼기로 의결했다. 최근에는 평생교육원 전문학사과정을 홍보하면서 '남학생도 다닐 수 있는 학점은행제 대학교'라고 홍보하고, 남학생이 섞인 캠퍼스 투어도 진행했다고 해 언론들이 다루기도 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축돼 "배화학원의 근간을 흔드는 정관 개정을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고 진행해 학내 구성원 모두의 정체성을 짓밟았다"고 비판한 것.

특정 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시대적 요청에 따라 길을 바꾸기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상명대가 전환한 게 근래의 예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앙대 역시 1918년 개교 당시에 여대였으나 얼마 후 공학으로 전환했었다. 이들은 모두 절차를 밟아 교내 공감대 형성 후 평화롭게 조치가 단행돼 학교 발전에 기폭제가 된 케이스들이다. 그러나 배화여대의 경우와 학점은행제 문제는 상황의 심각성에서 다르다.

배화여대의 경우 스마트IT전공의 경우 1년짜리 추가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고 이를 추가선택해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얻을 수 있도록 확립돼 있기는 하나, 본질적으로는 2·3년제 과정을 운영하는 전문대다. 이런 곳에서 학점은행제로 전문학사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을 운영하고, 이를 남학생도 다닐 수 있는 학점은행제 대학교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진행한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 여자 전문대가 옆에 사실상 자기네 처마 밑에 일종의 공학 전문대를 둬 사실상 학교를 공학화하는 간편한 길을 택한 셈이다. 학교 로고 등을 전혀 쓰지 않는 별개 홍보라면 모를까, 비대위가 구축되는 등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동정론이 그래서 나온다.

이는 숙명여대에서 대학원에 일부 남학생을 받아들인다고 나섰다 보류한 것과도 본질적으로 문제가 다르다. 전문학사 과정 학점은행제를 위한 공학 부설조직에 여자전문대가 먹히는 게 배화여대 측 구상을 눈감아주기 위해 마련된 게 학점은행제나 평생교육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에, 이는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