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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희순 노닥노답(1) - 무소유(無所有)와 빌려 쓰기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그룹장 기자  2015.10.23 17: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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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끔 반가운 지인과의 즐거운 약속에 설레어 서둘러 만남 장소로 가다가도 차가 막히거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길가에 차를 버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사지를 모두 움직이지 않고 편하게 손과 발끝의 수고만으로 먼 길을 가고 나서는 이내 나에게 차가 있음을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무얼 가지고 있는 것이 어떨 때에는 짐이고 또 다른 수고일 수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갖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것이 유행이다. 

차도를 지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카쉐어링(Car Sharing) 브랜드를 부착한 차량을 볼 수 있다. 또 점포라는 공간을 시간대 별로 빌려 쓰는 사업도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밤에 주로 장사를 하는 술집의 낮 시간을 식사 판매만을 하기 위한 사업자가 빌리거나, 편의점 안의 공간을 빌려 코인세탁기를 설치 운영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정수기나 화장실의 비데, 안마의자들도 이제는 사지 않고 빌려 쓰는 게 상식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이처럼 오프라인상의 물건이나 공간뿐이 아닌,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IT업계에서도 빌려 쓰기의 변화와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기업 내 공간에 장비를 사 들이던 구축(On premise)방식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공급은 범용 인터넷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서버(Cloud Server)를 이용해 용도에 따라 인프라와 플랫폼을 빌려 쓰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와 PaaS(Platform As A Service), 또는 소프트웨어만을 빌리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방식으로 급격히 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온디맨드(On Demand) 방식으로 제공되면서 기업이나 개인이 필요한 만큼의 수요에 따른 즉각적인 공급을 한다. 

법정 스님이 쓰신 '무소유(無所有)'에는 스님이 애지중지 보살피던 난초를 실수로 너무 오래 뜰에 내놓아 말라 죽자, 햇볕을 원망하기까지 하고, 무언가를 갖고 있음으로 생기는 소유와 집착이 만들어낸 모습을 보고 이내 후회를 하며 무소유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글이 있다. 

이 글을 보면서 새삼 갖고 있지 않음으로부터 오는 홀가분함과 해방감을 생각하게 되는데, 지나친 과장이고 억지일까? 아마 요사이 이러한 빌려 쓰기의 유행도 어쩌면 홀가분함과 해방감을 바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그리고 무소유의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느끼라는 스님의 말씀이 더욱 새로운 하루다. 임희순 넥서스커뮤티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