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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원 수술 시작부터 좌초…내년 9월부터 정보공시?

'국가사무이론'따라 즉시요구 가능, 2016학년도 1년수익보장 꼼수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25 11: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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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들이 학점은행 장사를 하면서 일어나는 병폐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사항은 과장광고 즉 짧은 기간에 학위 획득 가능, 총장 명의의 졸업장 수여와 동문 자격 획득 등의 부풀려지거나 사실과 다른 달콤한 광고로 현혹해 학생을 모집한다는 점. 그리고 '대학 알리미'공시 등을 하는 일반 대학교나 전문대와 달리, 교육 소비자에게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홍보 내용만 믿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 등이다.

두번째 문제만 해도 '정보 비대칭'을 바로 해소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바로 해소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그간 존재해 왔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과 교육 당국이 학적인정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등을 손질하겠다고 칼을 뽑아든 지난 5월 발표에 교육 소비자들이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9월과 10월 들어 이 법과 시행령 등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개혁의 '골든타임'을 모두 흘려보내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

이번에 손질된 개정법은 9월28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그러나 제6조의2 조문은 예외다. 이 조항은 평가인정 학습과정(즉 이 법이 예정한 학점인정제)을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의  장은 그 기관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엔 학습자 현황에 대한 사항과 교수진에 관한 것, 학습비 및 그 회계 등이 예정돼 있다.

간단히 말하면 주식을 상장한 기업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흔히 다트라고 부르는)에 경영과 회계에 대한 문제를 주주 및 일반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감시를 받게 하는 것과 같은 철저한 관리를 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어떤 평생학습원이 어느 정도의 질과 양의 교수진 및 시설을 갖추고 어느 정도 규모로 학생들을 받아 운영 중이며, 그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내실을 다지는 대신 홍보비에 과다 책정 및 집행을 하지는 않나 모든 게 백일 하에 드러나는 '총체적 개혁 수술'이 단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6조의 2는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같은 시행령 제8조의 2 역시 시행 시점을 내년 9월28일로 정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교육 소비자가 자신 혹은 자신의 아이를 어느 학점은행제 시행 기관에 보낼지 판단할 때, 여전히 지금처럼 일방적인 홍보에 귀기울여 취사선택을 하고 판단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외부 홍보대행사들이 학점은행제를 하는 평생교육원들의 업무를 하청받아 나서는 과정에서 허위 및 과장된 광고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런 시장 개혁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정보의 공시를 미룬다는 것. 이는 아울러 내년 봄은 물론 가을학기의 이후로 제도 시행을 미뤄준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사실상 내년도 봄, 가을 입시 장사를 다 치르고 나서 천천히 내후년 봄부터나 학생 보호를 하겠다는 조치나 다름없다. 9월 28일부터나 정보의 공시가 강제된다면, 가을 학기부터 학점은행을 시작하는 이들을 다 받은 다음에나 공시망이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점은행제를 악용해 돈을 버는 평생교육기관, 특히 거대한 재단을 뒤에 업고 있어 이미 살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들에게 지나치게 시혜적 조치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은 자칫 한 개인의 인생 항로 전체에서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제도의 '골든타임'을 지자치게 길게 낙관적으로 보고 천천히 손질을 하자는 식으로 정치권이나 당국이 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들만이라도 이 제도를 짧은 유예조치 이후에 바로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절충안도 제시된다.

대학들은 이미 교수 및 대학원생들의 학문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막강한 행정조직을 갖추도록 관련 법에 규정돼 있고, 이 사무처 직원들의 일부만 부설조직에 투입해도 바로 공시망에 부합할 정보 관리 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

대학들로서는 그간 평생교육원에 학점은행제를 결합시켜 돈벌이를 해 왔는데, 이런 제도의 등장 특히 자신들부터 먼저 이를 집행하겠다는 접근이 달갑잖을 수도 있다. 일명 사학의 자율성 등을 이유로 학점은행제로 돈벌이는 해 온 사립대 재단들이 부설 평생교육원들의 문제 가리기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미국 헌법학자들과 연방대법원이 이미 구축해 온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이라는 논제로 간단히 '교육 소비자들의 이익 보호가 먼저'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기본권은 원래 개인이 국가로부터 기본권을 침해받는 경우 저항하기 위한 과정에서 개념 정리, 확인 등 성장 과정을 거쳐 왔다. 하지만 개인이나 민간 집단의 행동에 의해 또다른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사정이 있어 이를 다른 논리로 해결할 필요를 미국 법조계와 학자들이 느껴 해결 법리를 개척한 바 있다.

이 논리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예를 들어 국가행위이론은 원래 국가에 의해 집행돼야 할 일이 민간에 맡겨진 경우, 이를 집행하는 민간업체에서 개인을 차별한다면 이는 바로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규제 및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의 경우가 전형적인 국가사무다. 사학이 이를 맡는 것이 관행적으로 또 법적으로 허용돼 있고 이 와중에 사학의 경우 일정 부분 설립자의 건학이념 등에 따른 운영 자율성이 보장되기는 하나, 결국 본질은 학점은행제를 통한 교육의 시스템 확보와 운영이라는 국가사무의 일부를 대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의 비대칭과 허위성 광고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한 대학 산하 학점은행제 운영 평생교육원의 문제가 아니다. 즉 민간조직인 평생교육원 대 학생인 개인의 기본권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 의해 학생의 교육권 중 일부를 위한 선택권 침해 사안이 된다. 국가적으로 교육의 문제점이고 해소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즉시 개선의 필요한 조치를 동참하도록 다소 촉박한 시기를 주고 평생교육원 등에 압박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너그럽게 사실상 내년 1년 장사를 다 한 다음에 공시를 해 달라고 하는, 어찌 보면 구걸을 하는 양상이다. 결국 현재의 제도는 대수술에 나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으나 오히려 그냥 학점은행제 소비자들을 안락사시키고 끝내자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