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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의 毒酒? 사설모집대행사 사기술에 평생교육원 폭주

모집기능 도의적 책임 팽개치고, 콘텐츠는 사다 틀고…'편입 꿈'만 팔아

이윤형 기자 기자  2015.10.23 11: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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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왜 이대 졸업장을 남발하느냐?"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의 학위증 장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9월7일 '이대학보'에 실린 기사도 이런 학생들의 의견과 학교 측 해명을 담은 해프닝 소개기사다. 문제는 이런 논란은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오히려 해결되기는 커녕 곪고만 있다. 언젠가 이렇게 방치한 대가를 크게 치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평생교육원이 기사회생, 아니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평생교육원은 과거 주요 대학의 부설기관으로 설치돼 운영돼 왔다. 오래된 곳일 수록 아직도 전산원 등의 간판을 내건 경우가 많다. 이는 과거에 사무자동화가 점차 이행되던 무렵에 이런 기술을 배울 필요를 느낀 성인층이 갖는 재교육 니즈, 또 대학을 가지 못한(혹은 입시에 실패해 갈 곳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틈새 시장을 개척할 자기만의 특기를 개발해 주는 역할을 맡을 특수한 기구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평생교육을 중시하는 선진제국의 관례를 뒤따라 대학 입학만 하면 공부 끝이라던 제도권 교육의 기본 틀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선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전산교육의 프레임이 바뀌면서 요리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쪽으로 역할 변화를 주문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평생교육원의 새 파트너가 된 것이 바로 학점은행제다. 1999년 등장한 학점은행제는 대단히 큰 시장을 창출해 냈다. 교육부가 조사한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학점은행제에 대한 학습등록자는 95만3156명, 학위 수여자는 46만130명에 달한다.

이 영역이 새 시장이 될 것임을 대학들이 깨달은 것. 이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장의 논리에 따라 상업화 특히 상도덕마저 잃고 사기성 짙은 행보에 몸을 맡긴 것이 문제다.   

우선 평생교육원은 학점은행제를 수행하기 위해 들어온 자기 원생들에게 부실한 아이템을 제시하고 '출석부 확인 도장 장사'를 하고 있다. 

국내 567개 학점은행기관 중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106곳이다. 이 중 일부 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가 중복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온라인 학점은행기관 온라인 강의 중 70% 가량이 자체 제작물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남이 만들어 놓은 강의 테이프 사다 틀어주는 구조다. 교육을 '유통하는 단계'에 그치는 셈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가인증실 관계자는 "일부 기관들은 자체 제작에 드는 인력·장비 등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여전히 외주 콘텐츠를 구입하고 있다"고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기자에게 "수십개 기관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사들여 같은 강의를 제공하고 있는 문제가 생긴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평가인증 평가위원을 맡고 있는 한 대학 교수도 "특히 설립 초기 대부분이 외주제작 콘텐츠를 구입해 사용했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가 퍼진 게 문제"라고 분석하고 "이를 알게 된 교육 관계자들이 시장에 발을 담갔다. 퇴직 후 학점은행기관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느 명문대는 수업료만 내고 절반밖에 안나온 학점은행제 과정생의 출석률을 100%로 인정해 주는 등 출석 부정이 12과목에서 발견됐고 석사 학위자를 박사로 허위 기재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학점은행제가 학위 장사로 악용되고 평생교육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어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우리 평생교육법이 예정하는 평생교육은 선진제국의 그것처럼, 대학 입시와 학벌 카르텔로 대변되는 제도권 교육의 병폐를 점차 치료하고 이를 차차 대체할 대안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승희 박사(교육학)는 그의 박사학위논문에서 현대 사회가 종래의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평생교육을 병행하는 체제로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재정립의 요구를 받았다고 이해한다. 학교에서의 교육만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와 시대에 적응할 수 없어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평생교육산업의 경제적 규모 평가를 위한 지표개발 연구', 2002년 여름, 연세대학교 심사통과).

이런 식으로 보면 평생교육원은 오히려 뒤늦게 발전을 시작한 학점은행제의 '파트롱' 역할을 해 줘야 옳다. 하지만 그 대신 자신의 이익(돈)을 위해 학점은행제의 등에 빨대를 꽂고, 부실한 콘텐츠 유통 기능에 머물고 있다.

여기까지도 대락의 상업화라며 애써 합리화한다 치자. 그러나 이를 넘어 보다 많은 꿀이 빨대에 빨리도록 사술에 가까운 상도덕 위배 행위가 다수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제보돼 왔다. 확인 결과 대단히 능숙하게 최종적 책임을 빠져 나가기는 하나 오해를 유발하는 '미끼를 섞은 멘트를 날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이대 사례에서 학교측이 해명했듯, 대학의 학위증과 학점인증제에 의한 졸업인정서는 그 형태가 다르다. 예를 들어 프라임대2014(학)***1 식으로 학위증에 일련 번호가 부여되고 발행 명의는 프라임대학교 총장으로 표기되나, 독학사의 경우 독학***학**** 등으로 표시돼 교육부장관 직인이 찍혀 증서가 발행된다. 문제의 평생학습원 과정을 활용해 학위증을 얻는 경우 학점-2014-학-**** 등의 형식을 갖고 발행인은 평생교육진흥원장과 교육부장관이 병기된다.

그런데 막상 입시에 실패한 젊은이가 학점은행제 광고에 혹해 전화를 하는 경우, '총장 명의의 동등한 졸업장'이라거나 '교내 편의 시설을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등의 과장된 설명을 듣게 된다. "학생증 발급, 동아리활동, 기숙사사용 등 일반 학부생들과 동일한 캠퍼스 생활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졸업 후 총동문회 가입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평생교육진흥원에서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졸업장 문제는 사실과 다른 게 함정이다. 그러나 설명의 달콤함은 학점은행제와 편입 가능성을 연결하며 더욱 증폭되므로, 이런 문제점에 처음 이 이야기를 듣는 상담자가 필터링을 잘 할 여지는 거의 없다. "여기에 일단 들어와 일정한 학점을 따면 전문학사(전문대 졸) 내지 학사(대졸) 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과 함께, 중간에 2년 수료 정도의 과정을 채운 뒤 명문대 등 얼마든 다양한 학교에 편입하면 된다고 부연 내용이 제시되는 것.

이런 과잉 광고에 대한 문제점은 어디서 비롯하나? 많은 이들은 일명 사설 모집대행사가 끼여들어 그렇잖아도 왜곡된 구조에 혼탁함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에 실적에 따라 돈을 받는 식으로 고용되기 일쑤인 이들 모집대행사 및 그 아래서 일하는 직원들이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을 또 한차례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학점은행제가 실시된 이래 이 같은 구조의 교육기관은 567개로 늘었고, 이들의 한 해 수입액은 5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7년 동안 이 같은 학사관리 부실로 적발된 기관이 174곳에 달한다고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질타했다.

결국 부실한 내용에 부실한 기관 운영에 부실한 모집까지 전공정 어느 곳에서도 내실을 찾아보기 어려운 기구를 많은 대학들이 거느리고 있는 셈인데, 실제로 책임 소재를 묻기에는 모집대행 이른바 아웃소싱을 한 셈이라 대학까지 인과 관계를 따져 올라가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지난 5월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을 대거 손봐 모집 대행사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고, '1년 안에 학위 취득 가능' 등 허위 과장 광고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제도 마련이 공회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내년 2월, 대학과 전문대 입시가 끝난 시점, 가난한 비정규직 홍보대행사 직원은 또다른 가난한 젊은이에게 달콤한 유혹을 귀에 흘려 넣을 것이다. 구멍코가 너무 큰 그물의 사이로, 새롭게 개발된 또다른 홍보 기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현재 제도를 분석해 본 이들 사이에서 이미 나오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동생 같은 애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도덕적 호소는 공허하기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