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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보호' 아쉬운 보험산업 로드맵

이지숙 기자 기자  2015.10.22 19: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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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18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로드맵은 금융감독원의 보험료 책정과 상품개발 통제권을 줄이는 대신 보험사 자율권을 늘려준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선 상품개발을 통제했던 '표준약관'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생명·손해·상해·실손·자동차보험 등의 분야에 10개의 표준약관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지 못한다고 판단해 실손보험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의 표준약관을 폐지키로 했다.

보험료 산정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온 '표준이율' 산출제도도 없애기로 결정했다. 표준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준비하는 금액(책임준비금)에 적용되는 이자를 말한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표준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를 올리고 표준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를 인하해 대부분의 보험사의 보험료는 유사해질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는 표준이율이 보험상품 가격을 획일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내년부터 표준이율을 산출하지 않고 보험사가 직접 보험료를 정하도록 했다. 

또 다른 보험료 산정 기준인 위험률의 조정한도 역시 폐지하고, 상품 개발 시 적용하는 위험률 안전 할증도 단계적으로 한도를 확대하되 오는 2017년에는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로드맵에 따라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고 보험사 간 경쟁 확대로 보험료 인하도 이뤄질 것이라 예상하며 금융위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며 마케팅 경쟁에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상품·가격에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1993년 12월 발효한 보험 자유화 조치가 22년 만에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험료 인상과 부실상품 판매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다수의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그동안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높은 손해율에도 올리지 못했던 보험료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내년부터 실손보험료가 30%가량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 단체도 '소비자 보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사에게 상품 개발 자유를 줘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약관이 작성됐을 때 당국의 사전 여과장치도 없어져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당국은 보험사의 부실상품 판매에 대한 사후 책임은 대폭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나 과다수수료 요구 등 부당·불공정 행위가 지적된 일부 보험대리점·설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치솟는 보험료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점은 아쉽다. 자율 경쟁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부실상품 판매 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간만에 '통 큰 결정'을 내린 금융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소비자 보호 대책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