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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신춘호 회장의 선택 '물', '건강·행복' 사업만 한다는 거룩한 약속

전지현 기자 기자  2015.10.22 15: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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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라면, 새우깡 등 면과 과자류로 1등 브랜드를 유지하는 농심이 '제2 신성장동력사업'으로 '물'을 선택했습니다.

10여년간 수원지를 찾는 노력과 총 2000여억원이라는 설비투자 비용까지, 식품업체로선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생수는 국내 편의점 가격만 보더라도 500㎖ 한 병당 700~8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형성돼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원가와 임금·시설유지 등 고정비용이 아무리 낮다 해도 한국으로 들여오기까지 막대한 물류비와 초기 투자비를 곱씹게 합니다. 

농심 관계자는 "투자비용이 많이 든 만큼 당분간 '백산수' 사업에서 심각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도 "신춘호 회장은 소비자 '건강'과 '행복'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적자를 감내해서라도 물 사업에 대한 집념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농심 백산수 손익분기점을 언제로 목표하느냐는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사실상 확언할 수 없다"며 "따라서 관련 사업 진출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백산수 연길공장의 중국 정부로부터 임대기간은 30년. 1932년생인 신 회장 나이는 올해 84세입니다.

농심은 중국 정부와 임대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계약연장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신 회장의 입김이 줄어드는 시점에 투자 대비 수익을 알 수 없을 사업을 두고 뒤를 잇는 장남 신동원 부회장의 마음까지 같을까 궁금해지더군요.

다행히 형님 기업 롯데와 달리 농심은 일찌감치 장남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를 끝냈습니다. 1979년 농심 사원으로 입사한 신 부회장은 2000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죠.

이쯤 되니 농심이 전개할 물과 관련된 신사업이 무엇일지 추측해 봤습니다. 주류, 화장품, 탄산음료 등 물이 중요한 원료로 사용되는 관련 사업은 참 많습니다.

한때 물을 놓고 법정다툼까지 했을 정도로 진흙탕 싸움에 휘말렸던 롯데주류는 '알카리 환원수'를 주 무기로 내세울 정도로 주류사업에서 물은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화장품 역시 사용되는 원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일반적으로 불순물을 제거한 정제수를 사용하지만 전체 용량의 50~90%가 물일 정도로 화장품 생산에도 물 품질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 농심 관계자는 "신춘호 농심 회장은 사업 초반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소비자 '건강'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며 "소비자 건강을 해치는 사업에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음료와 관련된 사업은 생각하지만 제약 등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죠.

농심은 한라산보다 더 높고 깨끗한 백두산 화산암반수 백산수로 국내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백산수 판매 확대에 영업 및 마케팅을 집중, 내년엔 두 자릿수 점유율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갖고 있죠.

현장 가이드에 따르면 연길 지역 주수입원은 백두산 관광자원입니다. 이 때문인지 현장에서 본 연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많은 고급 호텔들이 들어섰고 뼈대를 갖춘 호텔 건립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이에 농심은 소비자 입소문을 염두한 백두산 연계 공장 투어 '관광 패키지' 및 스포츠 대회 협찬, DMZ 평화콘서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백산수 손익분기점이 한동안 미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별꼴 다 보이는 큰 형님 '신격호 총괄회장님' 때문인지 '신춘호 회장님'의 소비자를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은 존경스럽기까지 한데요.

다만, '건강' 및 '행복'과 관련된 사업에만 손댄다는 회장님의 약속이 2세 경영 뒤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 돼야 하겠지요. 이는 농심 백산수 적자폭을 줄여줄 관련 신사업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도 인정한 백산수, 프랑스 명품 생수 '볼빅'과 알프스 산맥 심장부에서 끌어올린 '에비앙'에 견줄 대한민국 대표 먹는 샘물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