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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 심층분석] 방송아웃소싱, 입찰 아닌 인맥관행 언제까지…

비효율적 운영 알지만 패널티 때문에 '가슴앓이'

김경태 기자 기자  2015.10.22 11: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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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드라마나 영화, 예능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공을 들인다. 특히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주위 촬영 스텝들을 카메라로 보여 주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방송국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PD를 제외한 대부분이 파견·도급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방송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아웃소싱업체 소속이다. 문제는 방송관련 파견·도급이 정당한 입찰이 아닌 인맥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 이에 방송아웃소싱에 대해 살펴봤다. 

방송 관련 일에는 연예인을 꿈꾸거나 드라마를 직접 제작해 보고 싶은 마음,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등 '꿈'을 위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정인숙 경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1년 발간한 '방송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산업 종사자 수는 약 3만명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지난달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의 종사자 수를 보면 78만1000명으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는 방송관련 업무 자체가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인력은 크게 제작인력, 기술인력, 출연진으로 세 종류로 나뉜다. 또 인력 충원 방식에 따라 방송직, 기술직, 사무직으로 분류된다. 


방송사의 핵심인력은 제작 인력으로 대부분이 방송사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보조출연 △영상 △조명 △음향 △의상 △소품 △인테리어 △카메라 △음식(미술분야-조리) △장소섭외 등은 대부분이 아웃소싱 업체에 위탁한다. 

하지만 아웃소싱 업체 모두가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에 협력업체로 등록된 기업만이 인력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선정은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명 채용에도 무조건 보내야… 공급 못하면 패널티 적용

보통 한 개의 방송사에 6~7개, 많게는 10개까지 협력업체를 등록하고 있다. 이런 협력업체 등록은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 진행된다. 

문제는 협력업체 선정에 있어 대부분이 방송사 출신이거나 인맥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인력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아웃소싱 업체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적용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1~2년 사이 협력업체의 20%가 교체된다.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 등록까지도 힘들지만 협력업체 선정 후에도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다"며 "사무 파견근로자 1명을 채용한다고 했을 때 10개의 협력업체서 모두 1명씩 면접을 진행해 방송국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명을 채용한다고 하면 담당 인사부장은 100명의 면접을 실시해야 한다"며 "만약 협력업체가 인력수급을 못하면 패널티를 적용, 다음 협력업체 선정에서 제약을 주기 때문에 인력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어렵게 인력을 선별해서 채용이 되더라도 단순 업무만 진행하다 보니 이직률이 많아 인력수급이 쉽지 않다. 

이렇게 이직으로 업무에 공백이 생기면 부서장은 또 협력업체에 인력채용 공고를 내리고 다시 면접을 진행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는 "비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패널티 때문에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반장' OS업체 소속이지만 상전처럼 떠받들어야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드라마와 예능프로 등 모든 부분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보조출연으로 아웃소싱업체에서 공급하고, 아웃소싱업체 선정은 PD의 권한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 및 제작 연출을 담당하는 PD는 기획, 촬영, 편집, 더빙, 녹화 등 모든 부분을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보조출연에 대한 부분은 현장지휘책임자인 일명 '반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있다.

'반장'은 아웃소싱업체 소속으로 영업사원에 가깝다. PD는 보조출연에 대해 협력업체로 등록된 어느 업체를 선정해도 되지만 대부분 자신과 함께 일을 했던 '반장'을 보고 업체를 선정한다. 

이런 이유로 아웃소싱 업체에서는 많은 PD들과 친분을 쌓고 있는 '반장'을 섭외하기 위해 과거 1000만원을 들였던 스카우트 비용을 현재는 5000만~6000만원까지 지급하면서까지 데려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외주제작에 있어서도 PD와 반장의 친분관계는 작용한다.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업체에 모든 제작을 맡기고, 방송사에서 PD가 업무를 진행할 경우 외주제작업체에서 보조출연에 대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음에도 PD가 친분이 있는 반장을 찾으면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는 "PD와 반장의 친분관계에 의해 인력공급이 이뤄지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며 "단순히 친분관계의 업무위탁이 아닌 정당한 평가로 업무가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관행' 없애고 정당한 업무진행 이뤄져야

방송업계 아웃소싱 업무는 협력업체 선정부터 인력채용, 보조출연까지 모두 '관행'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업무 특수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관행 때문에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잘못된 관행으로 당연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이와 함께 방송 아웃소싱은 업무의 전문성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외주제작부터 각 분야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기는 위탁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으로 업무가 계속된다면 업계가 발전하기보다는 퇴보할 수도 있다. 이에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고 있다"며 "작은 것부터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방송 아웃소싱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방송업계 아웃소싱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며 "잘못된 관행을 꼭 바로잡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계뿐만 아니라 방송사에서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