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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IA계약 구걸…행자부는 중앙심사 강화 추진

도백이 중앙부처의 족쇄 차고 외국인직접투자 뛰는 나라는 한국뿐?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22 20: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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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눈물의 계약서 서명 소식. 21일 경기도 구리시청에서 일하는 A씨는 눈가를 손으로 문질렀다. 노량진에서 기약 없는 공부를 할 때에도 없던 일이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에 일어났다. 공무원은 편하다, 갑이다 소리를 하며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 하는 자리지만 슈퍼 을 노릇을 만날 하면서 눈치를 보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사업 현실성'이 없다며 매번 트집을 잡는 중앙부처 심사에 이 계약서를 추가 자료로 붙여서 내면 드디어 우리 시도 당당해질 것 같다. "이제 우리 시 사업도 드디어 풀리는 건가?" 자기처럼 감격에 겨워 하는 직원들을 보며, 마치 당국 인허가 눈치를 보는 건설사 같다고 생각했다. 같은 공무원끼리 심사 눈치 보는 일도 이러니, 민간업체는 만날 얼마나 힘들 것인가?

#2. 사기성 짙은 '사업성 조사 용역 보고서', 이를 거를 능력 없는 행정자치부? 최근 경남 창원시의 진해문화센터 건립 사업 등이 경제성을 부풀린 부실한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행자부 지방재정투융자 심사를 받아 추진하다 감사원 감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일시적인 유치 수요를 연중 수요로 분식하거나, 이용객수를 과다 추정하는 용역 보고서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투자사업을 할 경우 반드시 받아야 할 지방재정투융자 심사 판세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지방언론은 "용역을 의뢰한 지자체의 의도가 반영된 부실한 용역과 행자부의 형식적 심사를 바탕으로 대형사업에서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기도 구리시가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에 30억달러(약 3조원)에 해당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투자협정(Investment Agreement) 체결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 중앙투융자심사 제도의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구리시에 따르면 베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 등 2곳과 이 같은 IA 체결이 성사됐다. 베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는 그간 한화 기준 약 37조원선의 부동산 개발과 투자를 진행해온 명망있는 글로벌 투자업체다.

문제는 바로 이 IA라는 계약의 형식. 통상적으로 큰 외국인직접투자를 진행하더라도 해당국 정부 혹은 지역의 기관과 양해각서나 협력협정 등(통상 MOU)을 맺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심사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혜택을 주거나 금융지원 등을 검토하게 된다.

앞서 행자부 지방재정 투융자심의위원회는 구리시의 GWDC 건에 대해 외국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보다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증의 정확성'을 요구하며 보류 판정을 해 구리시 외에도 이 심사 문제를 바라보던 전국의 지방관가에 충격을 줬다.  

통상적으로 국제계약에서 사용되지 않는 정도의 강한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약속을 맺어달라고 구리시가 다시 여러 투자 의향을 밝힌 측에 의견 조율과 계약 체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글로벌 관행에서 벗어난 업무 추진에 응해줄 곳이 과연 있겠는가가 주목됐다.

드디어 구리시와 교감을 해오던 투자사 일부가 이 같은 구속력을 갖춘 계약 문서(IA)를 만들어 주고 나선 것이다. 이후 몇 곳이 더 IA 형태에 응하면 조만간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행자부의 결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하자 행자부가 일종의 조건을 붙여(특정 상황을 핑계로) 보류 조치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것이 충족된다면 '반드시 결재를 해 주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민사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금반언(말을 바꾸며 자기 이익만 취하는 것을 막는 제도)'에도 부합하고, 행정법 영역에서도 '재량이 0으로 수축하는 행위'가 분명히 존재하므로 행정청의 재량권 남용을 제어해야 한다는 비판적 학술 논의에 기반한 것이다.

구리시 건만 보더라도 이미 같은 외국자본을 실제로 투자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행자부 자신은 아니더라도 국토부 그린벨트 문제 심사에서 여러 번 보류당한 정황이 있고, 행자부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다.

더욱이 이처럼 국가별 글로벌 외국인투자유치액 집계에서 우리나라가 점할 순위 자체가 뒤바뀔 정도로 큰 사안에 대해 일개 부처에서 제동을 건 경우, 문제의 조건을 충족하면 해결에도 그만큼 우선적 순위를 줘야 순리에 부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행자부 등에서는 투융자 문제를 심사하고 틀어쥘 손아귀 힘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개정안'을 보면, 투자의 심사 추진을 효과적으로 한다며 투자심사 및 타당성 조사대상을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경우 재정규모를 감안해, 자체심사범위를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리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요청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 재심사 및 타당성 재조사를 받도록 하는 등 조정했다.

이는 타당성 조사 기간을 연장 또는 단축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 타당성 조사를 사업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올해 처음 시행된 타당성 조사 전문기관 제도를 개선·보완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얼핏 보면 지자체의 재량을 늘려준다는 것 같으나, 사후검증망을 강화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실제로 정재근 행자부 차관은 "지방투자사업의 무리한 추진은 지방재정 위기의 주범"이라며 "지방재정개혁의 하나로 투자심사의 사전검토 절차 뿐 아니라, 사후관리 절차까지 강화해 지방투자사업의 전체 과정을 꼼꼼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지방투자사업 이력관리제도를 정착시켜 지방재정건전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규제 강화 방침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중앙정부의 방침은 글로벌 계약 관행도 무시할 정도로 강하게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규제 틀을 관치 재량 강화쪽으로 잡으며 지자체를 틀어쥐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거의 매년 다양한 행자부의 부실 심사 우려가 감사원에 의해 걸려 나오는 상황에 대해 본질적인 반성과 전문성 강화 방안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사후로 문제를 다시 헤집겠다는 점에 무게를 둔 쪽으로만 제도 수정이 이뤄지게 둬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