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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 단체교섭안에 '정리해고' 첫 포함

22일 1차 교섭 진행…사측 구조조정 대변 vs 고용안정 강화 조치

최민지 기자 기자  2015.10.22 08: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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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T노동조합이 22일 오후 분당 사옥에서 열리는 1차 단체교섭에서 제시할 예정인 '2015년 단체협약 갱신안'에 정리해고 조항이 처음으로 포함된다. KT노조가 임단협 때 정리해고 조항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KT 내부에서는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노조가 사측 입장을 직접 대변하며 구조조정 근거를 마련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한 KT 직원은 "아직 사회적 논의 결과도 없는 정리해고를 왜 노조에서 먼저 제안하느냐"며 "회사에서 제안해도 반대해야 하는데 어리둥절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KT 직원은 "회사가 원할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노조가 나서 제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KT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안 37조에 따르면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감원코자 할 때 최대한 자구책을 강구한 후 그 사유를 최소한 9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합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존에 KT는 명예퇴직이라는 제도를 통해 인원 감축을 시행해왔다.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직후 8000여명 직원에 대한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이 때 명예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은 개인 선택에 따라 추가 가산금을 받거나 그룹 계열사에서 2년간 근무할 수 있었다. 또, KT는 퇴직금 외 퇴직 전 급여의 2년치 수준을 지급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명예퇴직과 달리 정리해고는 비자발적으로 회사에 의해 해고당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 △공정하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및 절차를 해고 50일 전부터 협의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KT새노조 관계자는 "KT노조는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성 외 자체적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감원코자 할 때라는 조항을 넣었다"며 "부득이한 사유는 사측 입장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조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곳인데, 구조조정을 위해 정리해고 조항을 포함시켰다"며 "지난 명예퇴직 때 회사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을 정리해고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KT노조는 이번 정리해고 조항이 오히려 조직원들의 고용 안정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보다 40일을 확대한 90일 전부터 정리해고 협의를 노사합의 하에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차완규 KT노조 정책실장은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정리해고 문구를 넣었다"며 "법에는 50일 전부터 협의할 수 있다는 사항을 90일로 강화하며 노사협의를 노사합의로 고용 안정화를 위한 내부적 장치를 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리해고 때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어 노사합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도록 했다"며 "KT만 새로운 정리해고 조항을 넣은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내에서도 동일한 조항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KT노조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약 일주일 전에 회사에 임단협을 요구했다. 다만, 정리해고안은 설문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노조 위원들이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