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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사연 드러나며 깊은 공감으로…" '나쁜녀석들' 박인영

교도소 사형수 삶 코믹과 감동으로 엮은 휴머니즘 연극…명품연기 호평

이유나 기자 기자  2015.10.21 18: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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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4월부터 대학로 진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나쁜녀석들'은 교도소 사형수들의 삶을 코믹과 감동으로 엮은 휴머니즘 연극이다. 국내에선 흔치 않는 새로운 연출기법으로 매 공연마다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매력 넘치는 명품배우들의 재기 발랄한 연기와, 극중 캐릭터들의 숨은 감성을 표현해주는 아름다운 노래는 공연 내내 쉴 틈 없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나쁜녀석들'은 흉악범3명이 교도소에서 지내며 반복되는 무료함을 '대한민국 최초 남자교도소 여자 교도관'인 김혜수를 꼬시기 위해 펼치는 경쟁이 주는 재미가 일품이다. 특히 각 인물들의 숨은 사연도 예상 밖의 흥미와 감동을 준다.

극중의 꽃인 김혜수 역은 배우 박인영과 하나리가 맡고 있다. 박인영과 현재 공연 중인 연극과 연기자의 길 등에 대해 얘기 나눴다. 

▲언제 연기자로 정식데뷔 했나.
"정식데뷔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엔 쑥스럽지만, 연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경험은 스무살 때였습니다. 35분 정도 되는 중단편 영화였는데, 학원이나 학교가 아닌 곳에서 캐스팅돼 연기를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단편영화를 찍다가 스물한 살 때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드라마가 인연이 됐죠. 그 다음해 같은 감독님의 드라마에서 나름 큰 역할을 맡게 됐어요. 그 이후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에 이름을 올려보기도 했구요. 그런 연유로 정식데뷔의 시점을 언제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저부터도 잘 모르겠네요. 아직 한참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서 그런 거겠죠."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이 질문에는 확실한 답을 드릴 수 있어요.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연기를 해야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때 저는 이유 없이 한창 영화에 빠졌어요. 부모님은 아직 모르시지만(웃음) 학원에 간다고 말하고, 꼬박꼬박 근처 영화관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영화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봤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화를 보고 난후 자리에 일어나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엔딩크레딧을 다 보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리에 앉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나도 내 이름을 저기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마치 어떤 확신을 하는 것처럼. '나도 연기를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을 하고나니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 영화제목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웃음). 별것도 아닌 이유로 무모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가슴이 뛸 수 있다면 그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아직 많은 작품을 해 보진 못했지만, 모든 작품마다 배운 점이 많아 한 작품만 꼽기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꼭 하나를 꼽는다면 2013년 jtbc에서 방영됐던 '세계의 끝'이라는 드라마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앞서 '아내의 자격'이라는 작품도 했지만, 그 때는 단역이라 현장에 많이 있지 않았어요. '세계의 끝' 촬영하며 대단한 선배님들과 대본 리딩도 해보고, 지방 촬영도 가고 수많은 스태프분들이 저 하나만을 지켜보는 앞에서 연기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감사하게도 다들 저를 예쁘게 봐주셔서 이것저것 저안도 많이 해주셨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없던 저에게 그런 기회가 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해요."

▲'나쁜녀석들' 출연중인데, 이 연극과 맡은 배역을 소개한다면.
"연극 '나쁜녀석들'은 지난해부터 대학로 진건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있고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예요. 저는 지난 7월에 오디션을 본 후 8월부터 참여하고 있어요. 동명의 드라마가 있어 제목이 귀에 익으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드라마보다 공연이 더 먼저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나쁜 녀석들'은 사회에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남자교도소 특별수감구역에 들어온 신우, 대성, 현태 세 사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김혜수는 이들이 지내고 있는 남자교도소 특별수감구역에 3년 전 들어온 교도관으로 '대한민국 최초 남자교도소의 여자교도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인물이죠. 겉으로 보면 직업의식으로 무장된 냉철하고 강인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세 사람(신우, 대성, 현태)을 소중한 친구로 여기며 그들의 일에 함께 공감하고 마음아파하고 있어요. 세 명의 죄수가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혜수 꼬시기 경쟁'을 하고, 혜수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작품의 초반에는 재미를, 각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이 소개되며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닫는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깊은 공감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전 비록 11월까지만 공연하지만, 매주 수, 금, 일요일에 공연은 계속되니 많은 관객 분들이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시대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누구나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호기심이나 동경이 있잖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 시대, 상황, 내가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 등을 초월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시대극을 해보고 싶어요. 또, 액션연기도 꼭 해보고 싶어요. 대학교 2학년 2학기 때 학교에서 액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발적으로 남아서 선생님들께 더 해보고 싶다고 알려달라고 하면서 연습하고, 기말 발표회도 준비했었어요. 그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때 액션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이 있는 시대극이면 금상첨화겠네요(웃음). 그런 작품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배우 박인영에게 연기자의 길이란.
"사실 막막할 때가 많아요. 어릴 때부터 가졌던 수많은 꿈 가운데, 막연한 떨림으로 시작한 길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지금도 연기가 가장 좋아요.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겠지만, 좋아하다보니 욕심이 커져서 생각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아요. 솔직히 그럴 땐 '내가 이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연기를 당장 그만 두면 뭘 하고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많아요. 좋아하는 일과 다른 꿈도 많지만, 아직은 연기가 가장 좋아요. 제가 원래 뭔가에 꽂히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꿨던 그날처럼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일에 꽂힐 수도 있겠죠. 그러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지금은 연기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후회 없이 해보고 싶어요. 저에게 연기자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이뤄내야만 하는 멀고 험한 길이 아닌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걸어가야 하는 길 같아요.

▲박인영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안녕하세요, 배우 박인영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가 생겨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감사하고 기뻐요. 팬이라고 하면 저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었는데, 돌이켜보니 감사했던 기억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제가 나왔던 드라마를 좋아해서 다 챙겨봤다고 인사 해주셨던 분, 뮤직비디오에서 봤다며 기억해주시고 팬이라며 조그만 간식을 선물해주셨던 분, 공연이 끝나고 특별히 제게 악수를 청해 주셨던 분, 저와 사진을 찍고 싶어 해주셨던 분, 공연 후기에 짧게나마 저에 대해 후기를 남겨 주셨던 분들 등 이러한 기억들 덕분에 '팬'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저 같은 배우가 날마다 기쁘게 연기할 이유가 생겼던 것 같아요. 특별히 당부를 드리기 보단,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저를 응원하는 소중한 분들이야 말로 제1호 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응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