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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원 나선 고태민 이색행보…'협치' 노력 빛 보나?

외로운 도정 상황 속 앙앙불락 싸우던 안티와의 '썸'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21 1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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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외사랑이 드디어 고향 사람들과 정치권으로부터 따뜻하게 받아들여질 길이 열리기 시작하나.

초선 도백에 대한 불만을 가진 정치인들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한 도정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원 지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가 고교 졸업 무렵 서울대학교 법대를 수석으로 들어가 고향을 빛낸 이후에 큰 지역 연고가 없었다는 점. 정치부 기자들이 이른바 스킨십 부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항인 셈인데, 문제는 그런 스킨십 부족이 타지역 대비 큰 정치적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데 제주의 풍토적 특징이 있다.

제주도 정서를 대변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괸당 문화'다. 친인척을 뜻하는 단어에서 비롯한 이 표현은 통상적으로 섬지역이 갖는 배타성에 4·3 제주항쟁 경험까지 합쳐져 더욱 공고한 결집력과 타인(타집단)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진다. 제주의 지역 정치에서 정치 본연의 토론과 협력, 견제가 가동되지 않고 당색보다는 이면의 친소 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문화의 소산이라는 풀이다.

이런 점에서 원 지사가 비록 역대 제주지사 선거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59.97%)로 당선되었음은 큰 힘살이 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정무부지사의 사퇴 선언 이후 아직 후임자 지정이 지체되고 있는 사정이 이 방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협량한 원 지사의 인재풀이 벌써 바닥난 징후 아니냐고 쓴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양천에서 내리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당내 소장파이자 개혁적 코드의 크리에이터로 복무해 온 그는 적 말고도 팬도 많다. 괸당이 무서워 와룡이 못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원 지사는 중국 광둥성을 방문해 메르스에 걸린 우리 국민을 치료해 준 중국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는 등 통큰 외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방문은 고위급 공직자로서는 첫 사례였다고 현지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런 외부 협력 행보에 그가 바삐 움직이는 것은 이른바 균형있는 발전론에서 볼 때 중국 자본이 필요하긴 한데 잘못 올라탔다간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는 난제이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이 균형 발전론으로 제주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보는 인사 중 가장 거물급으로 외부에서는 대체로 본다.

문제는 중국이고 어디고 자본을 끌어들이면 무조건 좋다는 다다익선론에서나, 환경 보호론자들 어느 쪽에서도 원 지사의 정책에 대해 2% 부족하다는 불만을 갖기 쉽다는 데 있다. 각종 인맥을 동원해 문제를 풀 수 있는 배경이 일찍부터 입신 출세해 밖으로만 떠돈 그로선 아쉽기 짝이 없다.

지금 원 지사는 아마도 부산지검 강력부에 덜컥 발령떨어진 때의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터다. "제가 왜 (주특기도 아닌) 강력을?" "원 검사가 일처리 하나는 강력하잖아" (자서전 중 일부)

홀홀단신 깡패 & 마약범 잡던 마음으로 외로운 늑대처럼

이후 강력부에서 마약 소탕 등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다 정치권에 발을 담근 그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수를 두고 있다.

협치 코드를 꺼내든 것. 협치는 거버넌스 등을 강조하는 근래 행정학계에서 보자면 잇-아이템이긴 하나, 실물 행정-지역 정치에서 제대로 가동된 사례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여여간 갈등 구도라든지 지역 관가를 장악하고 일을 추진해야 하는 선출직 도백의 한계상 절대로 틈을 보여선 안 되는 문제로 인해 시도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협치를 꿋꿋하게 추진한다는 점에서 그간 반응이 딱히 좋았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마이크 봉변'이 그 좋은 예다.

2014년 연말 도의회에 등장한 원 지사는 괸당식 예산 돌려막아주기 논란을 정면 지적했다. 도의회가 행정부의 지적을 받고 문제된 부분 중 예산 408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삭감한 예산 크기 그대로(408억원을 다시) 약 1000개 사안으로 쪼개 다른 사업에 책정한 데 항의하러 들른 것이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한 괸당 정서가 정치에 마이너스로 작용한 실증적 사례다. 이러저러한 일로 지역에 현안을 풀어야 하니 도의회의 다른 정치인들에게 말하면 서로 도와주는 관계가 있었는데 도청에서 이를 반발하니 입법부측에서는 명목상 맞는 말에 정면 대결하는 대신, 다른 방향으로 액수는 그대로 밀어주는 우회적 시도를 한 것인데, 이게 수사 경험이 있는 원 지사 눈에는 딱 띄었던 것. 

원 지사가 당시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는 증액 또는 신규 비목 설치를 불허하고 있다. 이는 타당성과 적법성을 검토해서 동의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라고 비판적 발언을 하는 것은 그러나 순조롭지 않았다. 도백의 발언 중 "마이크를 꺼라"는 명령이 의장석에서 내려지고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경고까지 내려지는 그야말로 '수모'를 당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중앙정치권에서는 감귤 농사를 짓는 등 고생만 많이 했던 한미한 그의 집안 배경이 여태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 제주도 사람들 정말 너무한다는 식의 안타까운 해석까지 낳았다.

또다른 늑대 고태민: '안티인 듯 안티 아닌 안티 같은' 의원님의 팬심?

이런 와중에 고태민 도의원이 이번에 예래단지 문제를 둘러싼 대법원 판결을 놓고 지역 정가에서 반대파와 격돌한 것이 작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판결이 나오자 건설교통부에서 장관실에서 직접 지역 정치인 엄호를 해 주는 특이한 지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대법원이 문제를 삼은 부분을 입법적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일명 '소급입법 성격의 특별적 조치법안 추진' 발언이 나온 것.

이는 지역 정치인들이 원 지사 등의 노력에 대해 별로 호응을 안 하거나 반발 여론만 세다는 중앙 정치권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20일 도의회에서 강경식 도의원이 "원 지사는 '수천억 국제소송'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특별법 개정이라는 하나의 대안으로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제라도 원 지사는 도민사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돌고 진상규명과 관련 정보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날을 세운 게 좋은 예다.

이런 가운데 고태민 도의원이 원 지사 지원군격으로 등장했다. 고 도의원은 문제가 된 판결문 지적 사항을 보완하는 조치를 입법적으로 논의하면 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내는 한편, 제주도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지역 정치인들이 잘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판결 하나에 기존 입장을 싹 바꾸거나 미적거리며 주저앉는 등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보이는 행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한 비판도 해, 괸당적 정서에 거스르는 무모한 발언을 왜 갑자기 그가 하냐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그러다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

고 도의원은 애월읍장 등을 지낸 정통파 지방공무원.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마치는 등 자기개발에도 소홀하지 않은 발군의 실력자다. 애월읍 발전을 위해 도의회에 진출했다고 자부하는 그는 '님비시설물'인 LNG 인수기지를 애월지역이 받아들인 건 제주도 차원의 배려와 지원을 바란 눈물어린 결정이었다며 지원책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당찬 인사다.

더욱이 인수기지 관련 용역보고서를 제대로 안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여름엔 제주발전연구원 직원을 도의회에 불러다 호통을 치는 등으로 도청이나 도 산하기관 등에서는 직접 그에게 공격 대상으로 찍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요주의인물' 대접도 받고 있다.

원 지사와도 면담 요청을 바람맞혔다는 불만을 제기하면서 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던지겠다고 화를 내는 등 원만한 사이는 아니라는 게 그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그가 바로 원 지사가 '대체 무슨 근거로 천문학적 국제 법정 공방의 우려가 있냐'는 식으로 '공격받고 있는' 원 지사의 외로운 곁을 지키는 방패 노릇을 하고 나선 게 이번 도의회 논쟁의 전체적 그림이라는 것.

이를 두고 미워하며 정든다거나 하는 정서적, 화학적 결합 논의가 성급하지만 나온다. 알고 보니 둘이 긴장을 타다 썸타게 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가능한 대목이라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도 높아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는 협치 정신이나 정책적 추진 기조에 대해 고 도의원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 정도로 보는 게 관전 포인트 평가에 더 도움이 될 듯 하다. '안티인 듯 안티 아닌 안티 같은 너'와 함께 올레길을 걷게 된 원 지사의 첫 도지사 임기, 두마리 외로운 늑대의 동행이 도정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