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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술산업협동조합, 마술 강사에게 4대 보험·무료 공연장을…

[바르고 어진 조합人] 마술 아닌 땀으로 복지 실현 肉聲 감동적

박정서 기자  2015.10.19 18: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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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엔터테이너 박정서양이 협동조합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박양은 한국음악을 전공하러 간 서울예대에서 개그클럽 '출석체크'를 만나 연기와 개그에 대한 꿈을 키웠고 이후 PMG(박문각) TV '개그 한 판' 출연 등 경험을 쌓는 중입니다. 연기와 개그를 할수록 '사람'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만큼 자신의 이름처럼 '바르고(正) 어진(恕)' 협동조합 사람들의 이야기와 꿈을 통해 인생 경험을 보충하려 합니다. 그 과정의 블랙박스를 넘겨받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와, 넓다!"

좋은 공연시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느 대학 연극부의 서클룸 정도는 족히 되겠다 싶은 공간. 회의실과 마술 소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둘러보고 다시 응접실을 가로질러 또 다른 문을 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가로-세로 각각 11.5m, 5.5m입니다. 저희가 직접 공간을 뜯고 새 벽을 세우고 덧대서 정확히 기억합니다."

실면적은 63㎡(20평) 남짓이지만 공간배치를 잘 해 조금 더 넓어 보인다.

"(정서씨도) 직접 해봐서 알겠지만, 젊은 예술인들 주머니 사정으론 공간 빌리는 게 쉽지가 않아요. 옹색하지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연이나 연습의 목적이나 필요한 크기에 따라 반을 임시로 막아 둘로 나눠 쓰기도 하고요. 지금은 마술이나 연극 등 필요한 단체에게 신청을 받아 전기세 같은 거의 실비만 받고 빌려주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마술인들의 공연 전용으로 쓰고 싶습니다."

정윤재 한국마술산업협동조합 대표는 33살. 마술 출강업체를 차려 운영한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2013년부터 마술학원을 운영 중이니 철든 이후 인생의 대부분을 마술과 함께 한 것이다.

"저는 마술사 직접 만나긴 처음입니다. 평범한 이웃집 오빠들 같은데 이렇게 짜잔 하고 공간 마술까지 보여 주시니 놀랍네요. 그럼 전국에서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마술인은 대략 얼마나 되는 거에요?"

자리를 함께 한 백민준 매지클 마술학원 부원장이 답변했다.

"대략 추산하기는 참 어려워요. 마술을 업으로 하는 건 몇천 명 정도?"

정말 넓은 범위의 대답이 돌아와 당황스러웠던 순간 정 대표가 부연했다.

"제가 지금 하는 학원(매지클 마술학원. 지하철 양재역에서 한 블럭 정도 들어간 곳에 있다)에 외부로 출강을 주로 맡는 강사만 20명선이고 내부 근무 전담은 4명이에요. 크게 할 땐 80명까지도 한꺼번에 일한 적이 있죠. 지금도 이력서 포함 프리랜서식으로 일할 수 있는 인원만 꼽으면 200명이에요. 제가 마술업계를 모두 아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전체) 마술 인구가 적지는 않은 거죠."

보충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까, 대략이라고 해도 추산치를 말하는 자체가 참 힘든 게, 프리랜서 마술인들이 많아서 통계가 나오기 어려울 거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에선 프리랜서는 사실 정식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마술 강사처럼 본격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직업으로 생각한다 해도 계약이나 처우 등에서 열악하고 어떤 등록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4대 보험부터 공연장까지 보장해주겠다는… 꿈

끝날 듯하던 정 대표의 부연은 입에서 손수건이 계속 나오는 마술처럼 이어졌다.

"제가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한 이유 중 하나도 사실 거기에 있어요. 마술을 가르치는 강사라고 하면 일단 이미지는 긍정적인데, 막상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4대 보험 등 보장을 잘 받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예체능 경우에도 그렇지 않나요?"

사실 연기자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는 박정서양의 대답은 들은 정 대표는 곧장 제언을 붙였다.

"사실 학원 등에서도 게약을 할 때, 자기네 강사들을 모두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직업인으로 대우한다 등록하고는 하지 못하는 곳이 많고, 늘 그런 사례를 보고 듣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우니까, 그냥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해서 학원 경리가 처리해주는 건데요. 이건 막상 한 강사가, 한 마술인이 한 학원에 어떻게 고용계약서를 써 달라고 투쟁하는 걸로 고쳐질 일이 아니에요."

정 대표도 학원을 경영하고 학원에 찾아온 개인 혹은 출강을 요청하는 많은 기업 등 조직에 강사를 파견해 간단한 마술 지도를 한다. 요새는 방과 후 학교 과정에서 마술을 취미로 배우길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마술학원이 '다들 내 마음 같지를 않아서' 자기 학원처럼 모든 학원이 강사들의 복지를 최소한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라며 조합 만들기라는 일을 벌였다.

오랜 구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터라 학원만 놓고 보면 윤택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 활동을 가동하겠다고 나선 것이니 학원에서 번 돈을 조합에 충당하는 구조다. '학원의 백그라운드가 있어서' 아직 조합 살림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살림살이가 있는 은근한 모습을 보던 박양의 입에서 질문이 나온다.

"협회나 기존에 있던, 대변할 단체는 없나요?"

"우리도 협회 같은 건 있어요. 하지만 연기자들도 그렇지만요. 업계 전체를 아우르다 보면 아무래도 대변하는 일도 하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협회) 일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요. 그리고 협회는 친목모임 성격이 강하잖아요."

주거니 받거니 정 대표와 백 부원장이 말궁합을 맞춘다.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사실 대다수는 하는 일도 없는데 회비만 뜯어간다 생각 정도 하거나 별로 관심 없고. 일부에선 우리 직업군에 협회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기도 하고요(웃음)?"

"네, 조합을 만든 건 작은 돈이라도 출자를 해서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하게 최소한의 틀을 만들기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택한 겁니다. 그렇게 참여를 해야만 전체 마술사는 몰라도 마술 강사라면 어느 정도 최소한의 보장을 받도록 하자는 작업을 추진할 힘이 생길 것 같아요."

정 대표와 백 부원장이 생각하는 조합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렇다. 마술이 좋고 마술을 직업으로 뛰고 싶은, 자칭타칭 명실상부 마술 강사라면 그런 사람들은 꼭 4대 보험은 갖게 해주고 싶다고.

예를 들어 코미디언이라면 소속사가 없이 홀로 뛰는 '독립군'이라도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게 아니라 당당히 직장인처럼 갖게 해준다는 것.

"그런데…그게 되나요?"라는 박양의 물음에 이번에도 즉답이 돌아온다.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시장에 개인가게 하는 상인들은 처음엔 퇴직연금이 없었어요. 실직해도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노란우산공제라는 게 생겼잖아요."

여기엔 약간의 부연설명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법을 바꿔 진행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행 제도상으로 이런 소득이 불안정하게 프리랜서식으로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 소속기관-형식상 직장-이 4대 보험을 만들어 주게끔 지원할 수 있을까? 회사의 회계 및 세제 업무 경험자에게 문의한 바에 따르면 회사가 예를 들어 연봉 3000만원을 가정해 그에 대한 4대 보험 회사 지원분을 내고, 자기 부담분에 대해서도 우선 빌려주는 식으로 도우면 가능할 것이라고는 한다. 물론 그렇게 했다 예상된 소득을 회사에 올려주지 못하면 손실이므로 많이 쓰는 방법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실제 배려해 처리해 주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편집자 주 

◆"국비지원사업 따내 저변 확대도 모색할 것"

조합원 들어올 때 출자비도 받고, 열심히 운영해 조합이 커지면 조합 시스템으로 곳곳에 강사를 파견한다. 아울러 수강생도 받아 운영, 소득도 올려 종잣돈을 만든 후 불려서 이렇게 마술 강사들 뒷받침을 해주는 게 한국마술산업협동조합의 꿈이다.

당장 아프거나 일자리 없어져도 생계 걱정은 없게끔 하고, 지금 보여준 공연장처럼 언제든 거저로 빌려 자신 있는 마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런 가운데 정 대표는 힘줘 말한다.

"저는 정부의 직업훈련 과정 꼭 따내고 싶습니다. 그거 하고 싶어서 협동조합 만든 것도 또 하나의 이유에요."

국비지원사업으로 지정되면, 예를 들어 회사 퇴근 후 직장인이 영어나 일어 배우러 간 학원비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환급도 받을 수 있다는 제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술 강사를 새 직업으로 택해 일을 배우고 싶은 무직의 젊은이가 정부의 도움으로 돈이 없어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아쉽지만 이 무직자의 직업 교육 부분은 인증을 못 받았고, 재직자 승인만 먼저 받았어요. 아직 관청에서는 마술 강사를 당당한 하나의 직업으로 확실히 인정해주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도 좀 들어요. 잘 해서 꼭 그 부분도 인정받고 싶습니다."

일정 시간 인터뷰가 이어지니 박양의 진행도 능숙해져 능숙한 기자처럼 질문을 하고 답을 이끈다.

"마술을 그렇게 오래 해왔고, 또 그 와중에 많은 후배들이 민생고 때문에 새 직업을 찾아 떠나거나 하는 걸 보시면 정이 떨어질 것도 같아요. 무명 연기자들이나 개그맨 지망생들도 막간 틈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마술이 정말 좋으세요?"

"음, 글쎄요…부산 갔던 이야기를 할게요. 부산에서 8월에 국제 대회가 있었어요. 1주일 동안 마술인들이 전국에서 다 몰려드는 거에요. 거기서 4일 있었는데 거의 매일 밤을 샜어요."

"마술사끼리 술 한 잔?"

"아뇨. 행사에 각 코너만 보고 들어오면 회 먹고 술 마시고 노는 게 아니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랑 방 잡고 외국에 어느 마술사가 이런 걸 하더라' 이런 식으로 마술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하루는 밤을 진짜 꼴딱 새서 아침 7시까지 얘기를 한 거에요. 바로 세수만 하고 아침 국밥 먹으러 갔죠."

마술사들 중엔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 좋아서 지금 이 소극장처럼 쓸 수 있는 공연장하고 앞에 관중 몇 명만 있으면 참 행복하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위한 조합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술사를 위한 복지는 마술이 아닌 땀으로 한 장씩 벽돌을 쌓아올려 실현하겠다는 조합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관심이 간다. (정리지원 : 임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