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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지역경제 잭팟 노리는 잠룡 둘, 원희룡 vs 안희정

운동권 경력에 경제통 자처 공통분모…당내 사정 따라 '중앙 매치' 가능성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18 12: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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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64년 2월 제주 출생으로 제주제일고 졸-입학한지 7년만에 서울대 법대서 학사모를 썼다. 1965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남대전고를 거쳐 고려대에서 철학 공부. 지역의 자랑이던 두 인재는 어느새 지천명에 이르렀고, 금의환향해 도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들을 잠룡으로 본다. 같은 듯 다른 듯 두 인물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중량감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다만 생년월일 순에 따라 원 지사를 상대적으로 앞에 표기하기로 한다.

운동권 정서 '원칙론자', 젊은 시절부터 사서 고생 공통분모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나(1982년) 수재에 거는 가난한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학 입학 후 7년만에야 졸업장을 받았다. 학생 운동에 푹 빠져 극렬 운동권의 위험한 길을 걸었던 것. 그러다 동구권 몰락에 임박해서야 노선에 대한 전환 필요성을 느껴 학교로 돌아왔고, 전공을 살려 사법시험 공부에 뛰어들었다.

대입에 이어 다시 한 차례 '수석' 타이틀을 거머쥐며 고시에 통과한 그는 이후 검사로 임관, 특히 깡패를 소탕하는 강력부 이력 등 노력파로 명성을 쌓았다. 이후 서울 양천에 지역구를 두고 국회의원으로 거푸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옛 한나라당의 개혁파 소장 정치인으로 고진화 전 의원 등과 더불어 유명세를 치르며 때로 당내 정치 선배들과 각을 세웠다. 정치에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원투수격으로 호출돼 결국 지자체장 선거에 투입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강렬한 투쟁의 추억을 갖고 있다. 일례로 2014년 3월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주사파 경력은 삭제했으면 좋겠다"고 한 바 있다. 정씨는 "이제 그런 경력이 훈장은 아니지 않나"라고도 지적했는데, 이는 안 지사가 지난 운동권 경력을 자랑스러운 과거이자 정치적 자양분으로 여전히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에피소드로 보인다.

그런 안 지사는 거물 김덕룡씨의 국회의원 활동을 돕는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된다. 제도권에 진입할 때 사상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어기지 않은 인물로 검증을 통과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에도 여러 고생스러운 길을 걸으면서도 정치에 기여할 길을 모색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을 맡아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하며 빛을 보나 싶었으나, 정권 초기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모두 지게 됐다. 이 일로 1년 간 구속됐지만 이후 충남도지사로 선출되면서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경제 살리기 골몰 + 마리나와 환경-의료 택하는 등 '특기' 선택도 

원 지사와 안 지사 모두 중국의 자금 등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원 지사는 최근 중국 광둥성을 둘러보는 등 방중 일정을 소화했고, 안 지사는 영국의 대표적 해양관광지 포츠머스를 찾아 스티븐 와일리 시장과 환담하는 등 부지런하게 밖을 누비면서 명실상부 '세일즈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이런 역량있는 경제 전문가로서의 도백 이미지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사실상 처음 구축한 것인데, 손 전 지사 이래 꼽아봐도 저 둘의 행적은 순위권에 드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 지사는 제주가 과거부터 관광에 특화된 지역이라는 기본 사항을 기반에 깔고 의료산업 등 여러 첨단 키워드를 그 위에 쌓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 와중에 지역 거물 정치인과 이런 점에서의 윈윈 발전 공감대를 확인한 게 좋은 예다.

안 지사의 경우엔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관심이 많긴 하나, 카지노 등 단기간에 약발이 받을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아이템은 단호히 배격하는 면을 보이고 있다.

대신 그는 백제문화단지와 근래 정부가 스타트 선언을 한 왜목항 마리나 거점화 추진 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아미란 BGIR 회장과 철강분말공장 투자 문제 논의를 매듭짓는 등 제조업 유치 부문에서도 거액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소정의 성과도 내고 있다.

안 지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나름의 구상으로 중앙 정치권의 도움을 끌어내는 일에 다소 약한 야당 출신임에도 스스로 길을 개척하면서 소신을 지키는 외고집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원 지사는 여당 프리미엄을 약간 누리는 상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의 '소급입법' 발언이 좋은 예다. 유 장관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좌초 위기에 놓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주 환경단체에 대해 소급입법으로 반드시 이를 추진하겠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원 지사가 환경을 100% 보호할 수 없더라도 적절한 방안으로 개발과 지역의 경제 활력 강화를 해야 한다는 내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발 엄호가 제주도청 주변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원 지사가 이른바 '협치' 키워드로 민간과 원만히 돕고 소통하면서도 대업을 이루려 한다고 하지만, 첨예한 사안에 따라선 이런 도움이 요긴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치 똘마니' 이미지 우려 vs 마이웨이: 아직은 '안'이 다소 앞선다?

하지만 이런 도움은 반대로 경우에 따라선 빚이자 족쇄가 된다. 반대급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매체의 카메라에 '무성대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원 지사가 거론된 일을 보자. 원 지사를 활용하려 하고, 이 점이 본인에게는 안 좋은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좋은 예다.

"대표님, 주말 동안 김학용 비서실장이 나서 정병국 원희룡 남경필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발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해야하는 게 어떤지요. 정두언 의원은 월요일 라디오에서 세게 칠겁니다"라는 이 이미지는 그가 선 입지, 즉 중요한 인물이지만 반면 그로 인해 그 왕관의 무게도 견뎌야 함을 방증한다. 앞의 소급입법 추진 논란과도 겹쳐 보면 현재 내각이든, 무대에게든 유혹을 받고 또 차출될 대상으로 여겨지고 또 서로 잡아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9월 하순 제주MBC가 창사 47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진행한 결과에서 제주도민들은 원 지사를 차기 대통령감 4위로 꼽았지만 중앙에서의 지지율은 다소 다른 현상을 또 추가로 함께 겹쳐 보자. 9월 3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원 지사는 3.8%를 받았다. 이제 노쇠한 정치인이라고 일각에서는 보는 정몽준 전 당대표가 6.9%를 얻은 것에도 뒤진다.

인물이 많은 여권에서 바로 차기보다는 차차기를 노려야 할 순번이라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본인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를 내팽개치고) 다음 대선에 나가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라며 차차기 저울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지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물론 '안철수 현상의 재조명 가능성'이나 문재인 당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도 그에 훨씬 앞서는 인사가 있다. 하지만 당내 사정이 복잡하고 그만큼 샛별처럼 부상할 여지는 여권 내 후발주자보다 더 높다. 박영선 의원이 17일 "진보와 보수의 장점을 묶어 하나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있어야 한다. 안희정 지사, 김부겸 전 의원과 함께 새로운 물결을 모아갈 것"이 좋은 예다. 8월 이래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도 원 지사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인지도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고 요약 가능하다.

결국 당장 차기 가능성을 놓고 보면 안 지사가 약간 나은 가운데, 비슷한 듯 다른 듯 좋은 자극제로 서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지사가 언제 북진에 나설지는 서로의 당내 사정과 향후 정치적 자산 불리기 실력에 따라 각각 달라질 것이나 최종적인 매치 성사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이므로 줄곧 시선을 모으며 함께 회자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