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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추민선 기자 기자  2015.10.16 15: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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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스베틀라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장르를 창시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바로 그것.

목소리 소설은 다년간 수백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Q&A가 아니라 일반 논픽션의 형식으로 쓰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강렬한 매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산문, 영혼이 느껴지는 산문으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백만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이 가담해 싸웠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의 이름과 얼굴도 기억되지 못한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여성들은 참전해 저격수가 되거나 탱크를 몰기도 했고, 병원에서 일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일부가 되지 못한다. 책을 통해 입을 연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전쟁 가담 경험을 털어놓는다.

여성이 털어놓는 전쟁 회고담은 전쟁 베테랑 군인이나 남성이 털어놓는 전쟁 회고담에서는 철저히 배제돼온 이야기다.

작가가 인터뷰한 전쟁에 직접 참전했거나 전쟁을 목격한 200여명의 여인들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숭고한 이상, 승리니 패배 작전, 영웅 따위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쟁이라는 가혹한 운명 앞에 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여인들은 전장에서도 여전히 철없는 소녀였고, 예뻐 보이고 싶은 아가씨였고,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엄마였다.

책을 통해 여인들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죽음이 맴도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따뜻한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뛰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을 접하게 된다. 또 평범하고 순박한 우리의 여동생과 언니 또는 누나와 엄마의 전쟁 앞에서 산산조각 나버린 일상과 꿈,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인들은 요란한 구호나 거창한 웅변 하나 없이 조용히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돌아보게 한다.

전쟁에 직접 참전하고 살아남은 여성 200여명의 목소리를 담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지난 1985년 첫 출간됐고, 2002년 저자는 검열에 걸려 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추가해 다시 출간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문학동네 펴냄. 가격은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