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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정노동종사자 보호 법률' 제정… 관심이 필수요건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기자  2015.10.13 1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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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6월23일 국회에서 '감정노동종사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처음에는 '감정노동종사자들을 보호하는 제정안까지 만들 필요성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간 부끄러운 일들이 참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꼭 제정될 필요성이 있다. 라면이 익지 않았다며 냅킨을 던진 포스코 라면상무를 시작으로 세계적 조롱거리가 된 땅콩회항 사건, 주차요원에게 무릎을 꿇으라 강요해 논란을 일으킨 백화점 갑질 모녀 등 장소와 대상을 막론하고 사회 곳곳에서 갑질 논란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 업무에 종사하는 컨택센터(콜센터) 상담사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폭로하며 자살하는가 하면 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감정노동 관련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다.

이처럼 감정노동 관련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이 왕이다'라는 한국사회의 오랜 정서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면 서로 배려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상대를 우습게보고 함부로 대한다. 불합리한 서비스에 대한 클레임은 고객의 고유권한이지만 상식 밖의 요구를 넘어서 욕설이나 인격모독까지 참을 필요가 있을까?

600만 감정노동자들은 이런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수면장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감정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시급하다.

정당한 요구를 넘어선 욕설이나 인격모독은 범죄라는 것을 계속 알리는 국민 캠페인 등도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가 왕인 것은 맞지만 폭군 같은 소비자까지 대접 받아야 할까? '고객을 대하면서 이 정도도 못 참냐'

무의식중에 우리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면 고객도 노동자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접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감정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소통인데 그것을 자꾸 잊어버린다는 것이 문제다.

노동에 대한 정의와 생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노동이라고 하면 땀을 흘리는 육체적 노동을 떠올리지만 감정을 소모하고 고객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정말 고된 일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나 우울증 등을 개인의 나약한 정신력 탓으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만약 지금 제도적인 해결 방법을 찾지 않고,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또다시 참담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감정노동종사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자고 한 것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하지만 많은 법안들이 상정되고 사라지는 만큼 계속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감정노동자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빨리 제정되기 위해서는 관련 시민단체가 고민하고, 환노위 여야 의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사회적 관심이 뜨겁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