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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당국 알스톰 지원으로 글로벌관습화…원샷법 없어도 위기 때 지원'의무'

[원샷법 안팎 이슈下] '한화 빅딜은 대상 아냐' 일각 주장 문제…행정개입청구권 준용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07 15: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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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경제자문회의, 조선·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원샷법 제정 등으로 경쟁력 유지해야' '한국기업들, 원샷법 제정 없으면 산업재편 동참 X 당국 불신 커'

원샷법, 즉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법안 추진 과정을 둘러싸고 10월 초 우리 사회가 보이는 엇갈린 반응들이다.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주력산업의 경우 원샷법 제정 등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 근래 정부와 여당의 추진 상황에 힘을 실었다.

그런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 역시 기업인들이 이 법안의 통과를 목마르게 바라는 상황을 전했다. 6일자 '사업재편 지원 제도에 관한 기업의견'에서 대기업의 88%, 중소기업의 75.4% 등 전체 응답기업의 79.2%는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한상의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인들은 이 법이 필요하다 보고, 또 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영향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기업의 74.8%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막상 법안이 실제로 통과되지 않는다면 기업 독자적으로 재편에 손을 대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등 80.8%가 '지원혜택 등 조건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데 한뜻이었다.

이는 결국 그간 산업 재편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당국 행보가 재계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이런 추진을 했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지하다시피, 원샷법은 산업의 시스템 재편과 활력 강화를 위해 서로 바꾸고 합치는 등 조치를 할 때 기존 제도라면 불가능할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해주도록 명문화하거나, 단계별로 밟아야 할 각종 원칙적 규제들을 일괄처리해주는 것 등이 골자다. 

그러므로 이처럼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적 지원 프레임 대변화 등이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 알아서 추진해도 무방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업인들의 속내는 당국이 그간 경직된 처리로 신뢰 형성에 실패했다는 반성 소재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 빅딜과 관련, 원샷법(이 추진되더라도) 대상이 아니라는(아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비상한 산업적 위기가 임박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지원 대책을 전면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단순히 삼성그룹 측 사업 실패를 특정 기업군에서 사 주는 등의 처리를 하라고 공격한다.

인수 측에서 처리를 하면 될 일을 원샷법 정국으로 끼워 넣어주거나 일부러 법안 마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한화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재벌견제론으로까지 해석된다.

그러나 원샷법이 없어도 기업들의 이 같은 합종연횡 처리에 대해 당국이 적절히 처리 편의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일본이 일명 산업활력법을 제정함으로써 우리 원샷법 추진에 영감을 준 게 사실이다. 명문 규정이 있으면 추진 효율이 높고 시비가 덜 할 것임도 분명하다.

실제로 위기에 봉착했던 히타치가 이 법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을 기억하는 이들은 우리도 빨리 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히타치는 2009년 7월 경쟁력이 떨어진 자동차부품과 평면TV 사업을 분사할 때도 원샷법을 활용하는 등 가장 큰 산업활력법 수혜 대상자로 꼽힌다.

그런데 이런 법적인 패러다임 마련이 확고하지 않더라도, 위기적 상황에서 비상적 수단을 강구한다는 측면에서, 심지어 기존의 다른 제도와 배치된다는 논란이 있더라도-각종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의 알스톰 지원 사례가 있다. 알스톰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공업체로 한국 KTX의 어머니인 떼제베 등 차량사업 부문을 가졌고 발전소, 조선 등 사업 부문까지 있었으나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재편 처리가 요청됐다. 

이때 프랑스 당국에서는 알스톰에 대해 대출 및 주식 인수를통해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주고, 약 25억유로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 각종 지원을 단행했다.

이 같은 비상적이고 다양한 산업 재편 도움을 본 경험이 없었던 우리 측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어긋난 보조금 지원책이라는 비판마저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내외에서 특히 이런 의견이 거론됐고 WTO 제소 추진 등의 강경 주장도 대두됐다.

그런데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프랑스 당국의 이런 조치를 승인 처리해주면서,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공부 바람이 부는 등 기류가 변한 바가 있었다.

특히 KIEP에서는 2004년 7월  'EU집행위, 프랑스의 알스톰사 보조금 승인'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펴내, 이 문제를 둘러싼 EU 논리 등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물론 이 보고서의 기본 논지는 EU 측 허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지만, 먼저 객관적 측면에서 상대방 논리를 깊이있게 연구 분석해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글로벌 표준으로 원샷법 제정 혹은 명시적 원샷법이 없어도 이를 불문법으로 추진해주는 것이 인정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화 석유화학 부문 원샷법 수혜 가능성에 대한 불만은 전체적으로 볼 때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르지 못하는 구식의 경직된 논리라고 반박할 수 있다.

오히려, 제도가 없어도 이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우리 당국도 행정적 조치를 비상적으로 운영해야 옳다는 적극적 요구를 하면서, 그런 추진이 없어 기업이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경우엔 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른바 행정개입청구권이나, 행정청의 재량이 '0'으로 수축하는 경우 등의 법리가 발전돼 있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만큼 예를 들어, 한화가 석화 산업 재편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이유로 행정개입청구권 행사 등과 이를 기반 삼아 한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정서상 기업이 실제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기업이 대한상의 보고서처럼 원샷법 제정 여부에 따라 재편 동참을 할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할 만큼 당국 눈치를 과도하게 보는 지경에 대한 과감한 혁신은 분명 이제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