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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귀한 고등어 두 마리로 '사바사바'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5.10.07 08: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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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산울림'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 중 가사 일부다. CF 음악으로도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록 그룹 '산울림'(리더 김창완)을 모르고 자란 세대들에게도 이 노래만큼은 익숙할 정도로 그 가사가 서민들의 삶과 매우 가까웠다.

고등어는 우리 민족과 매우 밀접한 생선이어서 이름도 다양했다. 생선의 모습이 칼과 같다 해 '고도어(古刀漁)'로 불렸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등에 무늬가 있다 해 '벽문어(碧紋漁)'로 표기됐다. 이는 위장술로 떠다니는 물고기 중에서 진화한 생물의 일종이기 때문이라 그렇다. 
 

보통 숲 속에 사는 곤충들은 녹색, 바다 밑 모래 바닥을 쓸고 다니는 가자미는 모래와 유사한 색으로 가장해 자신 보다 상위 포식자의 눈을 피한다.

하지만 떠다니는 물고기들은 대개 등은 푸르고 배는 은백색을 나타내는데, 이는 먹이를 찾는 바다새의 눈을 교란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등어 특유의 녹청색 물결무늬는 바다 물결의 모양으로 바다새를 피하는데 유리하다.

고등어를 제대로 맛보려면 해안이 아닌 내륙의 안동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고등어는 성미가 급해 잡는 즉시 죽고, 죽자마자 빠르게 부패한다. 오죽하면 고등어를 두고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붉은 살에 들어있는 성분 히스타딘은 부패하는 과정에서 히스타민으로 변하는 데 두드러기나 복통,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소금에 짜게 절인 자반고등어를 먹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포구에서 소금 간을 하는 반면 안동 지방은 하루가 넘는 거리 동안 상하기 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여 상하기 직전 소금 간을 해 특유의 염장기술이 발달했다.

고등어를 세는 단위를 손이라고 하는데, 고등어는 염장을 해 살을 발라내어 그 크기가 줄어 한 손에 잡힐 만큼 두세 마리를 잡아 한 손으로 판매하다가 오늘날에는 두 마리를 일컬어 '한 손'이라 부르고 있다.
 
한 때 누리꾼들이 궁금해하는 우리말의 어원으로 '사바사바'가 뽑힌 적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바사바'는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와 있는데, '사바'는 일본어로 고등어(さば)를 가리킨다.

고등어 두 마리 '사바사바'는 정당하지 못한 뒷거래를 일컫는 표현이다. 과거 일본에서 고등어는 귀한 생선이었는데, 어느 일본인이 나무통에 고등어 두 마리를 담아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는 도중 어떤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묻자, 무심코 '사바'를 갖고 관청에 간다는 말이 와전되어 지금의 '사바사바'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고등어에는 불포화 지방산 EPA 다량 함유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생선이다.

고등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 가을인데 산란 후 먹이를 많이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올라 기름이 꽉 차있어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도 안 준다'는 말까지 있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