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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범죄의 스포츠화' 맞설 융합사고 인력, 어디 있나 보니…

검찰 주도권 쥐고 지휘 움직임… 치안硏 "그래도 눈길과 믿음 가"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07 08: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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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 '모방범' 등에 등장하던 '아무 죄의식 없이, 일부러, 오히려 재미를 위해 즐기려는 차원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미야베 미유키는 잔혹한 사채 독촉에 시달려 남의 이름과 신분을 가로채 살게 된 여자를 다룬 소설 '화차'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굳힌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일찍부터 초점을 맞추고 심각성을 경고했던 이슈가 바로 '범죄의 스포츠화', 이른바 묻지 마 범죄를 통해 쾌락과 스릴을 즐기는 비인간화 현상이다.

'인천 부평 횡단보도 커플 집단구타 사건'에서 보듯, 한국 젊은이들 중에도 별 것 아닌 이유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남을 잔인하게 해치고 여기에서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는 경우가 발견돼 사회를 긴장시킨다.

미국에서 먼저 보고됐다던, 그리고 이후 일본에도 상륙했다던 '범죄는 곧 스포츠 논리(혹은 놀이)'가 일각이긴 하나 우리 젊은이들의 뇌리 속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충격적이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묻지 마 범죄는 163건에 달한다. 현실 불만 24%, 정신질환 36% 등 원인 비중이 눈길을 끈다.

실제 속칭 '미친' 이들의 문제는 오히려 관리와 대응 마련에 문제 해법이 어렵지 않겠으나, 잘못된 판단과 속칭 '뇌내 망상으로 타인을 해치는 데 죄책감이 결여된' 신인류의 등장이 새롭게 대두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병리적 현상을 진단해 오염된 토양 자체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 종류의 범죄 방어를 목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촉을 세우면서, 이런 문제가 어떻게 번지고 변종을 만들지 예측하는 단기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특히 중기 대응 방안으로 각종 제도적 틀과 노하우를 활용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아직 오염되지 않은 선량한 이들을 확고히 보호하는 통섭적 관리망의 다중적 그물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검찰 등에서 추진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우선 검찰은 대검찰청 강력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8월 하순 대검 강력부는 시민단체와 학계 등 25개 기관과 공동 세미나를 열어 협의회 구성과 종합적 협력을 하자는 데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

아울러 명정 상태 범죄에 대한 관대한 법 집행 관행 지양 등 노력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대응은 결국 정신질환이나 중독자(혹은 일시 중독이나 정신이 없는 상황에 빠진 이) 대책으로 손색이 없을지 몰라도 새로운 사고관을 가진 인간형 등장에게는 2% 부족하다는 견해가 대두된다.

오래 된 형법 교과서의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 범위의 논의 내용선에서 머물고 있다는 비판은 다소 거칠어 보여도 권력기구 밖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에선 유효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크게 더 이상 발전적 비젼 제시를 하는 것은 그래서 더 시급한 차후 과제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학계의 신진기예(新進氣銳)한 이들이 이런 문제에 한층 심각하게 분발해 매달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편 동기 부여 차원에서 기존의 통섭적 연구 성과에 대해서도 새삼 더 큰 우리 사회의 관심이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도 함께 들린다.

경찰 소속인 치안정책연구소의 연구관, 특히 경찰 출신 연구관이 아닌 민간 출신으로 채용된 연구관들이 그간 분발해온 점에서 이 같은 범죄의 스포츠화 경향 등처럼 새 현상에 대응할 유연하면서도 깊이있는 통섭적 능력을 볼 수 있다는 것.

기존에 정례 보고서 등에서 일부 언급된 각종 파편들만 모아 새롭게 다듬어도 나름대로 어느 정도 기본 대책을 세우고, 그 기반에 앞으로 더 많은 다른 민간대학이나 연구소의 중진 내지 신진 학자들의 성과를 통해 나아갈 바를 모색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여러 연구관 중 강소영 연구관은 동국대 대학원(경찰행정학과) 시절부터 성범죄의 2차 피해 등 우리 수사당국이 그간 보듬지 못했던 점들을 분석하는 데 흥미를 가진 인물로 박사 학위 취득 후 목멱사회과학원에서 본격적 활동을 해왔다.

경찰 치안정책연구소 이동 이후엔 2013년 교내 강의 연찬회에서 경찰대에서 교육을 받던 직무교육생들이 투표로 뽑은 '최우수 발표자'에 선정된 바 있다.

김학신 연구관은 성균관대에서 형사법학이 아닌 헌법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경찰 소속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케이스.

'디지털 범죄 수사와 기본권'이라는 책에서 수사기관이 디지털 범죄 수사에서 기본권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극히 강조해 현직 수사관들로서는 다소 입에 쓸 수도 있지만 몸에는 좋은 조언을 했다는 평을 듣는다. 지금도 포렌식 수사 등에 대한 초심자용이나 중급자용 서적으로는 이 책만한 일반서를 구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경찰 수사권 독립 논리를 만드는 비밀 공장쯤으로 치부돼온 치안정책연구소가 새삼 그간 축적했던 성과물들과 통합형 인재들의 요람으로 기능한 것에 새삼 신기함을 느끼기도 한다.

다만 이런 재발견식의 호평에 대해 만족할 게 아니라 더욱 주마가편(走馬加鞭)하라는 뜻으로 해당 기구와 그 상급청에서 받아들이고 더 분발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