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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입찰평가서 "돈 많이 버는데 또 지원했어요?"

평가 심사위원 자질 문제 시비…제안 내용·실현 여부에 초점 맞춰야

추민선 기자 기자  2015.10.06 13: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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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공공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의 콜센터 운영위탁 사업 입찰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용사들은 가장 합리적이고 운영효율성이 높은 위탁업체를 선정하고자 제안서 기준을 마련하고 기술평가 점수와 가격평가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위탁업체를 선정한다.

특히 추가제안 사항 및 기업의 신용도, 경영실적, 운영관리 노하우 등은 업체 선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항목으로, 10명 내외의 외부 심사위원을 섭외해 공정한 심사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런 가운데 공정한 심사를 위한 외부 심사위원 제도가 일부 심사위원의 업체 비하, 과거 실수 들춰내기 등 취조형식으로 이뤄지면서 논란이다. 제안항목 및 입찰과 관련 없는 질문을 던져 타 심사위원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이에 업계에서는 심사위원의 자질에 대한 재평가 및 심사과정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타 업체 간 비교 필수…제안업체 진땀

A업체 입찰 담당자는 최근 제안서 평가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심사위원의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몇 년 전 위탁운영하던 콜센터와의 계약을 마친 후 업무를 이어받은 위탁업체에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자료를 모두 포맷한 채 나가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A업체는 인수인계는 물론, 인수인계 확인서에 서명까지 모두 받은 상태였다.

사실과 다른 질문을 받은 A업체 담당자는 해당 위탁업체로부터 모두 인수인계 사항을 전달받았고, 인수인계자료 포맷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여기에 B업체는 프레젠테이션 당시 심사위원에게 '대기업이고 돈 많이 버는데 이번 입찰에는 왜 참여하게 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기업 형태를 떠나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담당자로 본인의 업무에 충실한 결과였지만, 다소 따가운 주변의 시선을 느껴야만 했다.

이외에도 "퇴직금을 안줬다면서요?" "운영을 잘 못한다면서요?"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등 사실 확인이 안 된 질문은 물론, 고의적인 악의성 질문 및 본 입찰과 상관없는 질문이 줄을 잇는다는 전언이 이어진다.

이처럼 일부 심사위원들은 차별성과 경쟁력을 살피기보다는 경쟁사와의 이직률·제안사항 등을 비교하며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는 것.

도가 지나친 무례한 질문에 업체들은 '본 입찰과 관련 없는 질문'이라고 일축하며 프레젠테이션에 임하지만 심사위원 질문 하나에 타 심사위원의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만큼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트집 잡기, 흠잡기는 물론 개개인의 인신공격성 모독까지 이어져 프레젠테이션 중 언쟁을 높이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원 자질을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업계에서는 심사위원 두 명만 매수하면 판을 엎기 쉽다는 말이 돌기까지 한다"고 꼬집었다.

◆촉박한 제안평가 시간, 질문 하나에 천당·지옥 오가

업체들이 심사위원의 도가 지나친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평가항목의 주관성 때문이다. 심사위원은 제안발표 일주일전에 선정 통보를 받게 되는데 공정성을 위해 사전에 업체의 제안서 내용을 받아볼 수 없다.

선정된 위원들은 제안발표 당일 짧은 시간 모여 유의사항과 공지사항에 대한 논의 후 발표시간이 임박해서야 평가에 들어간다. 때문에 제안서 내용을 꼼꼼히 살필 시간적 여유가 없어 바로 심사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심사위원들은 업체 발표와 동시에 제안사항을 짚는 것이 대부분이며, 발표시간도 촉박해 업체 발표에 맞춰 제안서를 넘기기 바쁘다는 것이 관계자의 제언이다. 

꼼꼼히 검토해야 할 제안항목을 살필 여력도 없는 상태에서 평가항목은 '수·우·미·양·가' 형식의 주관적 배점으로 구성된 항목에 맞춰 '찍기 수준'인 평가가 되고 있다는 것.

촉박한 시간 내에 많은 평가항목에 배점을 해야 하는 것도 문제인데, 심사위원의 입찰과 관련 없는 업체 비하, 인신공격성 발언은 타 심사위원의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질문 내용은 제안사항의 실현성과 운영방안에 대한 내용보다는 업체마다 지원한 제안 내용을 비교하거나, 과거 잘못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업체 선정을 위해서는 제안에 대한 100% 실현가능성 여부와 제안내용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며 "흠잡기식 질문은 심사위원 자질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심사위원 선정 방식과 평가 방식에 대한 구조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