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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F 기촉법·EPB 원샷법 세트?' 뒤뚱거릴 2인3각 경기 예비

[원샷법 안팎 이슈中] 경제위기 핑계 함께 추진? 야당 오해 살 빌미만 커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10.06 11: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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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좀처럼 경기 회복이 진행되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의 한계 상황 극복을 위해 사실상 구조조정 상시화와 추진 과정에서의 각종 장애물을 치워 주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아울러 산업별로 과거 구조에 안주하다가는 글로벌 업황 변화 상황에서 좌초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기업 간 합종연횡 재편도 용이하게 해야 한다는 약간 다른 각도의 문제도 거론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재무상태가 정상적인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굳혔다. 이른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그간 한시법으로 매번 임시 연장 운영된 것을 일반법화하고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속칭 원샷법)' 법안 통과를 올해 처리한다는 것.

이 같은 방침을 세우고 협력하기로 했지만 야권에서 정부·여당의 이런 접근에 맞서는 형국이라 처리까지 상당히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이 가장 걱정하는 이유이자 근래까지 사회적 담론으로 이슈몰이를 해온 경제 민주화 논의에 비출 때 논란이 되는 요소는 바로 '재벌 특혜론'이다. 이에 관해 기촉법 관련 논의에서 재벌 관련 우려 요소를 모두 제거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와중에 위기 극복 취지로 관료주의가 다시 경제 전반에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의식에서 의혹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기촉법 위헌 시비를 기억하는 이들은 현재는 재벌 특혜론 때문에 우선 잠복했으나 어찌 보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이 시비를 여당이 먼저 털고 가야 한다고 본다.

기촉법은 은행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원샷법은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한시적으로 사업 재편에 필요한 각종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하는 길을 터 주는 방안을 연구한다.

그런데, 기촉법의 문제 요소가 더 많기 때문에 결국 이 둘을 같이 묶어서 추진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위험을 줄이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기촉법 상설화 시비가 원샷법 법안 처리 안건에 민폐를 끼치는 양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2001년부터 나름대로 역할을 해온 기촉법은 네 차례 한시법으로 시행과 연장을 반복했다. 상시 일반법화 시도는 2010년 연말 2차 기촉법의 만료 때부터 반복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매번 이 법이 갖는 위헌성 논란으로 학계나 법조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그래서 이 법은 매번 한시법이라는 타협책으로 저항을 회피하면서 수명을 연장하는 어정쩡한 지위에 머물렀다.

기촉법은 최초 제정 시부터 제기됐던 위헌성 문제, 즉 금융기관 채권자와 비금융기관 채권자의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 시비 등이 극심하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채권기관 협의회의 강제 가입 및 의결 찬성 간주로 인한 의사결정권 침해도 문제다. 더욱이 법관도 아닌 이해관계당사자인 채권자에게 채무자인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부여한다는 등의 이유만으로도, 이 법의 생명 연장은 불가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장 큰 우려는 이 법이 부실의 징후가 보이는 기업이나 구조조정 대상인 기업의 선정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의 배후에 있는 금융 당국에 칼자루를 쥐어준다는 의혹이다. 

관치금융을 계속 유지, 강화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관료들이 과거 재무부(MOF)에서 당시 사실상 공공기관이던 은행권을 통해 기업들을 옥죄던 기조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터에, 다시금 '슈퍼 갑' 지위를 영속화할 것이라는 시대역행적 논의가 바로 기촉법 상설화라는 진단이다.

그러므로 통합도산법을 적극 활용하는 등 당사자들이 알아서 처리를 하게 하고, 기촉법은 산소 마스크를 그만 떼자는 의견이 대두된다. 이 입장에 선 대표적인 학자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다.

물론 이 기촉법을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옛 재무부 업무 외에도 경제기획 관련 업무까지 두루 파악하는 등 '균형감각 있는 관료'라는 호평을 들으며 재정경제원 시절을 마무리했다.

이후 민간에서 금융기업 수장을 역임한 뒤 다시 관료 사회로 복귀했는데(금융위원장) 그래서 고위 관료 출신 중 몇 안 되는 규제개혁론자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프레임을 닦은 이들이 아무리 선진국 마인드를 빌려와 구상을 했고 배경이 선의라고 해도, MOF 스타일 관치금융 유혹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당국이 쓴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당국이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내몬 데 대해 아직도 무리수를 뒀다고 서운해 하는 민간 인사와 기자들이 적지 않다. KB금융의 수장 낙마 과정에 대해서도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원샷법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이미 유사 법제나 극복 비상책을 운영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일본이 관련법을 만들어 '잃어버린 10년' 상처를 극복하는 데 좋은 효과를 봤다는 전례가 있다.

미국도 세계적 전기 등 전문기업인 GE 위기 처리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우리나라 KTX 기술의 모체인 떼제베 고속철도로 유명한 알스톰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각종 지원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원샷법이야말로 MOF식 병폐 법안과 근원적으로 결이 다른, 거시적 마인드를 위시해 큰 그림과 비전을 제시하던 경제기획원(EPB) 스타일 아이템이라는 평이 뒤따른다. 

사정이 이러니 글로벌 스탠다드 방식과 위헌 시비 제도를 함께 묶어 드라이브를 건다는 자체가 우선 형용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위기를 해결하는 데 흑묘백묘식으로 모든 수단을 끌어들인다는 편리한 논리를 들어 일을 추진하다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쪽의 문제에 대한 비판 집중으로 두 수단을 모두 좌초시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관료주의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원샷법 뒤에 기촉법 문제를 숨겨 들이민다는 시나리오도 제기 가능한 만큼 하나를 덜고 원샷법만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다. 무리하게 왜 원샷법에 '2인3각' 힘겨운 경주를 강요하는지,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