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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이지숙 기자 기자  2015.10.05 17: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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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96년 어느 날, 책의 저자 스반테 페보는 독일 본에 있는 라인 주립 박물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발문관에서 얻고 싶은 것은 바로 네안데르탈인의 뼈였다. 하지만 DNA 연구를 한다고 뼈를 달라 하면 들어줄리 만무했다. 150여년전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은 독일의 비공식 국가 보물이었다.

하지만 페보는 진화적으로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의 뼈를 꼭 얻고 싶었다. 이들이 유전적으로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 조상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페보는 네안데르탈인의 뼈를 주겠다는 박물관 담당 큐레이터의 연락을 받게 된다. 페보는 네안데르탈인의 위팔뼈에서 자른 3.5그램을 전달받았고 연구팀과 함께 세계 최초로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 서열을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이 책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1980년대 초 이집트 미라부터 2010년 네안데르탈인 및 데니소바인까지 저자의 고대 DNA 연구 인생을 고스란히 담았다. 2014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됐고 그해 아마존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에 뽑히기도 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오염에 대비한 멸균실 설치, 학술지 선정, 연구 기금 확보, 협업과 경쟁 과정 등이 생생하게 포착돼 있다.

또한 한 과학자의 열정적인 삶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던 유명 과학자 수베 베리스트룀의 혼외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어쩌면 과학자로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프로젝트에 자신이 과감하게 도전했음을 토로하는 등 진솔한 서술과 함께 감동을 전한다. 부키(주) 펴냄. 가격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