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빙하수' 들고 세계 '흔녀' 만나러 가는 화장품 보부상, 크리엘프

원료 고급화에 일반인 모델 선발 등 언발랜스 전략…의외의 인기 포인트로

이유나 기자 기자  2015.10.05 12:08:1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중소 화장품 메이커 크리엘프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크리엘프는 기초 화장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이다. 그간 크리엘프 17 크림, 나이트 08 크림 등 다양한 올인원 제품을 개발해 편한 가운데서 피부를 생각하는 여성 니즈를 공략하는 데 주안점을 둬왔다.

대표적인 상품명에서 보듯, 특별히 멋을 부리지 않은(마치 개발 단계의 코드네임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붙여버린 듯한) 이름과 다소 투박한 용기 디자인을 고수하는 등 대외적 홍보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특이한 전략의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봄 단행한 '일반인 여성 광고 모델 콘테스트'였다. 평범한 외꺼풀 눈에 낮은 코, 다만 잡티가 없는 피부의 긴 생머리 처녀를 앞세운 포스터로 많은 '흔녀'들에게 기초 화장품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다는 평소 기조를 널리 천명하면서 언론의 관심도 사실상 처음으로 받기도 했다.

지금은 영화배우 한예지씨를 기용하긴 했지만, 화려하고 높은 개런티를 받는 톱스타급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기존 화장품 업체들의 행보와 달리 크리엘프는 이미지 메이킹으로만 승부수를 띄우지 않겠다는 차별화를 분명히 그은 셈이다. 크리엘프의 기본 철학은 '평생 하는 기초 화장 5만8400번'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보듯, 화장품은 그저 겉모습을 예쁘게 보이기 위해 부득이하게 해야만 하는 필요악이라는 시각을 지양한다.

5만8400번이나 해야 하는 일이 기초 화장이라면 이런 제품들에 어떤 성분을 넣고 어떤 새 기능을 선보여야 하는가에 극히 신경을 써야 맞다는 것. 아울러 제품이 좋다면 '흔녀'를 내세워도 홍보가 먹힌다는 자부심도 한몫 거들었다.

◆기왕 5만8400번 할 거라면…아이슬란드 빙하수 등 재료 中여성들 관심

이에 따라 크리엘프에서는 라디오 프로그램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 협찬을 결정한 외에는 이렇다 할 요란한 광고 대신 철저히 입소문을 통해 일반인 사이사이에 파고드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 사실상 '보부상'처럼 소량으로 먼저 구매해 보고 사용해 본 이들이 차차 주변에 알리고 또 판매망을 넓힐 수 있게 먼 길을 걸어 온 셈이다.

이는 사실 현재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수 코스메틱 메이커들도 '방판(방문판매)'의 전통이 탄탄하게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오랜 믿음을 쌓은 경우에 오히려 기업 생명이 더 길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이다.

이는 그간 명멸한 많은 화장품 업체 중에서 일찍 소비자들 뇌리에서 사라진 경우를 보면 단지 자금 사정 등으로 부득이 무너졌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화려하게 빨리 떠올랐다 뒷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기를 맞아 타개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크리엘프는 이미 내놨던 여러 제품들이 나름대로 호평을 받자 이번에는 아이슬란드 빙하수를 원료로 채택한 애프터썬 제품으로 다시금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크리엘프의 애프프썬은 버닝젤 타입과 워터드롭 크림 2종으로 출시돼 이번 여름에 쏠쏠한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 등 시장공략 위해 뛸 중소 보따리상, 출발 준비 끝

무엇보다 한국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회사측에서 최근 중국 웨이팡에서 열린 중한일 산업박람회에 출전시키기로 결정, 부스를 마련하고 박람회 관람객들을 맞이하면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원료 브랜드가 합리적 가격으로 찾아왔음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한국 코스메틱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우수한 효능 등으로 이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크리엘프는 브랜드 파워는 이미 해외에 잘 알려진 유력 브랜드에 비해서는 약하기 때문에 바로 대리점 중심 영업에 박차를 가하기 보다는 박람회 등 숨은 진주 같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분주한 바이어들은 물론 다수의 일반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오히려 먼저 공략할 곳으로 고른 셈이다.

이 같은 판단이 주효한 덕에 체험을 해기 위해 박람회장에 많은 중국 여성들이 찾았다. 햇볕에 자극받은 피부의 열을 식혀 주고 체감 온도를 약 4도 낮춰주는 점을 긴 설명 대신 체험 행사를 통해 바로 알려줬고, 제품을 바른 후 퍼터로 고루 문질러 줘 스밈 효과를 극대화하면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부스 운영 관계자들의 노력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기존 평가에 더해 크리엘프 측에 높은 점수를 얻게 했다.

크리엘프는 현재 여러 상품이 국내 시장에서 적잖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다, 외국에서도 지금까지 고수해 온 보부상처럼 부지런히 노력하면 높은 광고비 지출 낭비를 하지 않고 이를 오히려 제품 개발에 쓸 수 있다는 믿음이 통했다는 점에 고무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홈페이지를 일본어와 중국어 지원 병행으로 개편, 내용을 충실히 다듬는 방안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이번 가을 박람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중국 채널들과의 가시적 성과 만들기에 노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