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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오르다니 꿈만 같아요"

광주지법 순천지원-광양기업, 중증장애우와 '아름다운 산행'

지정운 기자 기자  2015.10.05 03: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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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개천절이자 10월의 첫 주말인 3일, 지리산 성삼재~노고단 코스에서 펼쳐진 '장애우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에 에 참가한 18명의 재가중증장애우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남서준(9) 어린이는 "지리산에 올라간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산에 올라 너무 좋았고, 다음 번에는 축구장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산행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사랑나눔회'와 광양기업 '사랑나누기' 봉사단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산행경험이 없는 여수, 순천, 광양, 구례 지역의 5세∼18세의 재가 장애우들에게 산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장애우들과 봉사단 등 200여 명의 산행은 이날 9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휠체어를 탄 장애우 1명에 5명의 봉사자가 한조를 이뤄 동행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성삼재∼노고단 정상까지 왕복 9㎞의 산행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물도랑과 커다란 바위 자갈길도 나타났다.

변덕스러운 가을산의 날씨도 심술을 부렸다. 따듯한 햇살은 잠시 뿐, 안개와 함께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휠체어에 앉은 장애우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여러 대의 휠체어가 움직이다 보니 고장이 나기도 하고 바퀴의 바람이 빠지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함께하는 봉사단이 있었다.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길은 번쩍 들어 옮겼고, 추위에 어린이가 콧물을 흘리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닦아주고 담요를 덮어줬다.

산행길 내내 어린이의 재잘거리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맞장구하는 모습에서는 자상함이 묻어났다. 휠체어가 고장나고 바퀴의 바람이 빠져도 문제 없었다. 어느 틈엔가 펌프를 가져와 공기를 주입했고, 고장도 수리했다.

봉사단은 안전요원과 의료요원을 배치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고, 순천대 만화학과 학생 10여 명은 장애우들의 캐리커쳐 그림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6시간의 이날 산행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장애우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봉사단의 세심함은 이날 산행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산은 오르고 싶어도 불편한 몸 때문에 선뜻 산행에 나설 수 없는 장애우들의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산행을 앞두고 봉사단원들이 장애우들의 집으로 찾아가 게임과 대화 등을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열게 했다.

오랫동안 장애우 나들이 행사를 진행해 온 봉사단 관계자는 "휠체어를 끌고 노고단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장애우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귀뜸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장애우들과 봉사단원들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오래된 친구같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산행에는 '영구없다'로 유명한 영화감독 겸 개그맨 심형래 씨가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심형래 씨는 장애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특유의 개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구회근 광주지법 순천지원장은 "오늘 18명의 어린 친구들과 뜻깊은 활동을 펼치는 광양기업과 아름다운 산행을 할 수 있어 기쁘고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재우 광양기업 사장은 "장애우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어 낸 '사랑 나누기'와 순천지원 '사랑나눔회' 회원들의 정성과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아름다운 산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순천지원과 광양기업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